6일 새벽 경기 연천군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야영객 등 6명이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북한이 강 상류의 황강댐을 예고 없이 방류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관련 당국이 늑장대처하고 경보시스템마저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북한의 댐 방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로 인한 남측의 첫 인명 피해가 된다.
소방방채청과 연천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와 미산면 우정리 사이에 위치한 임진강 모래섬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서강일(40)씨 등 5명이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어 오전7시20분께 백학면 노곡리 비룡대교 밑에서 낚시하던 김모(39)씨가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 군 병력은 사고현장 주변에서 28명을 구조한 뒤 1,200여명의 인원과 헬기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사고지점 부근의 임진강 수위는 최근 2.3m 안팎을 유지했지만 이날 새벽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오전 6시10분에는 최고 수위인 4.69m까지 높아진 뒤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이날 오후 현재 3m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임진강 수위 상승이 북측으로부터의 대규모 수량 유입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은 "6일 새벽 2시부터 11시간 동안 북한으로부터 4,000만톤의 물이 방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방류 지점으로는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27㎞ 지점에 위치한 황강댐이 지목된다. 기상청은 최근 1주일 사이 황강댐 부근에 큰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정부는 7일 대북전통문을 통해 이번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북한측에 유감을 표하면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북측의 협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과거 북한은 수문을 개방할 때 우리 측에 통보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05년 9월2일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4월5일댐'의 물을 사전 예고 없이 방류하면서 하류에 있는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북삼교 수위가 높아져 일대 어민들의 통발과 어망 피해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서강일(40), 이경주(38), 이용택(8), 백창현(40), 이두현(39), 김대근(39)씨 등 6명이다.
한편 이날 오전10시께 임진강 필승교 부근에서 4∼5세로 추정되는 북한 남자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북한 유역에서 급류에 휩쓸린 뒤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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