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로부터 ‘한 민족’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피부색이 같은 배달겨레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며 고난과 역경을 함께 극복한 경험은 민족 자부심의 원천이다. 유교적 가치관이 더해지면서 혈통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문화는 더 강해졌다. 20세기 들어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루고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바뀌었으며 배타성도 엷어졌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피부색과 출신 국가로 외국인을 차별하는 태도와 의식이 퍼졌다. 유럽계 백인은 우대하고, 다른 유색 인종은 차별하는 이중적 태도가 확산된 것이다. 검찰이 최근 인도인 교수에게 인종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남성을 약식기소한 것을 계기로 피부색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인종차별적 관행 및 문화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가 다인종ㆍ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5월 1일 현재 지난해보다 21만 명이 늘어난 110만 명의 외국인이 국내 체류 중이라는 행정안전부 조사결과와, 2050년 외국인이 인구 10명 중 1명이 될 것이라는 국토연구원의 최근 예측은 개방화 추세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알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로 외국인을 차별하는 후진적 문화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미래의 우리 사회는 외국인들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큰 위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피부색은 유색 인종 외국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부색에 대한 편견, 경제적으로 좀 더 잘 산다는 알량한 우월감에서 그들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나 다름 없다.
동남아 여성들을 혈통 보존의 수단쯤으로 여기고, 3D 업종에 근무하며 산업 역군으로 땀 흘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과 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 사회는 요원하다. 선진 사회란 인종, 피부색, 종교, 사상, 성별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 곳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방치해 국제적 고립과 비난을 자초하기 전에 다문화사회를 살아갈 인식의 개선과 법제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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