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 서울대 경제학부 '경제학 연습 2' 강의가 열린 멀티미디어 강의동(83동) 202호 강의실. 이날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몇몇 학생이 박수를 쳤다.
강단에 올라선 정 총리 후보자가 "오늘은 강의하러 온 게 아니라 사과하러 왔다. 내가 정부에 가서 총리로 일하게 됐다"며 "수업은 아마 폐강될 것 같아. 그치?"라고 말했다. 이에 강의실 곳곳에서 '아~'하는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 나왔다.
정 후보자는 이어 "오늘은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하겠다"며 학생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정 후보자는 강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소견을 밝혔다.
-총리직 수락조건으로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 확보를 주장한 것으로 아는데 이 대통령과 협의했나.
"이 대통령이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다."
-과거 현 정부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구체적 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로서 비판을 가한 것은 맞지만 최근 이 대통령과 만나 말씀을 나눠본 결과 그 분과 저의 경제철학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의견을 많이 제시했는데
"대운하에는 분명히 반대했다. 환경문제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경제관점에서 우선순위 중 앞서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더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주변에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행정복합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예정인가.
"행정복합도시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미 계획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어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원안대로 다 한다는 것도 무리다. 복합도시를 세우되 충청도 분들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수정안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정된 6명의 장관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반대할 이유는 없는 분들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 어떠할까라고 물어봐서 그에 대한 대답은 충분히 했다."
-총리직 이후 대권에 관심이 있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우선 대통령을 보필해 이 나라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본인을 충청권 총리로 봐도 되나.
"충청도 출신이지만 충청도 총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총리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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