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하계 휴가 때 기자는 아이들과 함께 스키 점프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 를 관람했다. 당시 대략 200만 정도의 관중몰이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스포츠를 소재로 한데다 비인기 종목의 애환을 다룬 영화여서 담당 데스크로서의 의무감(?)이 영화관을 찾는 데 한 몫 했다. 국가대표>
그러나 <국가대표> 는 의외로 스포츠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특유의 코믹 터치와 감동코드가 잘 버무려진 수작이었다. 최근에 <국가대표> 를 관람한 후배 스포츠 기자도 가슴이 '찡'했다고 하니 모처럼 스포츠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국가대표> 는 제목에 손색이 없게 1,000만 관중을 향해 대박 행진을 펼치고 있다. 국가대표> 국가대표> 국가대표>
영화에서 나오듯 우리나라 스키 점프 등록 선수는 단 8명이다. 눈이 많지 않고 제대로 된 점프대 조차 없는 열악한 현실에서 우리의 스키 점프 선수들은 3일 열린 2009 평창 FIS 스키점프 대륙컵 대회에서 잔디에 물을 뿌려 놓고 세상을 향해 비상했다. 스포츠 영화는 해피엔딩이 많지 않다. 역설적으로 스포츠 경기에서 동메달에 그치든 아니면 8강에서 탈락하든 부상을 딛고 최선을 다한 휴먼스토리에서 감동이 묻어 나오는 특성 때문이다. 우리가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가대표> 에 나오는 스키 점프 선수들이 비록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자긍심과 태극마크의 위상을 한층 드높여준 공로는 빼놓을 수 없다. 국가대표>
이에 반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국가대표도 있다. A매치 대표선수 차출을 놓고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으로 태극마크에 누를 끼치고 있는 축구계 이야기다. 축구는 야구와 함께 한국 스포츠의 양대축이다. 축구는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갈등으로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축구대표팀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티켓을 수월하게 따내긴 했지만 스폰서조차 구하지 못한 프로축구는 600만 관중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프로야구와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다.
당초 갈등은 오는 5일과 10월10일 호주 및 세네갈과의 친선경기 일정과 프로축구 K리그 일정이 겹치면서 불거졌다. 대립 끝에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았지만 지난 1일 소집된 대표팀 훈련엔 연맹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대표팀 차출규정(48시간전 소집)을 들며 불응, 결국 해외파만이 참가하는 사상초유의 '반쪽 짜리 훈련'에 그치고 말았다.
2일 피스컵코리아 결승전이 있다 하더라도 대상자는 단 1명 뿐이어서 몽니를 부리는 연맹의 처사에 분노하는 팬들이 많다. 이왕 대표팀 소집에 응하기로 했으면 1일부터 보내주는 것이 모양새도 좋았을 텐데 굳이 FIFA 규정을 앞세워 '반쪽 짜리' 대표팀을 만든 것은 연맹의 자충수다.
열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대표팀 소집에 응한 박지성 등 해외파들도 이구동성으로 "대외적으로 굉장히 창피한 일이다. 한국 축구의 현실이 슬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연맹 측은 원칙을 준수한다지만 협회와의 줄다리기를 위해 소속팀 국가대표 선수들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프로연맹과 협회,축구대표팀은 영화 <국가대표> 관람을 통해 이번 갈등을 국가대표의 위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가대표>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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