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을 라면과 같이 취급할 수 있습니까."논란이 되고 있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놓고 한 서점관계자가 한 말이다. SSM의 무분별한 진출에 대한 반발과 규제의 불똥이 대형서점에까지 튀었다. 실제 모 서점이 이달 초 서울 시내 새로 생기는 백화점 안에 매장 하나를 더 내려다 발이 묶였다. 주변 중소서점들(이 중에는 체인을 갖고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서점도 있다)이 반발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의신청을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중소기업청(중기청)의 조사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SSM과 함께 대형서점도 '대 중소기업사업 조정신청' 영역에 포함시켰다. 이유는 SSM이 골목의 작은 슈퍼마켓들을 붕괴시켰듯, 대형서점 역시 동네서점들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대형서점들은 이런 주장에 100%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동네 서점들을 죽인 주범은 온갖 편법으로 책을 싸게 파는 인터넷서점들이다. 그들은 저렴한 유통비용을 무기로 막대한 이익까지 챙기며 더욱 번성하고 있다. 한 유명 인터넷서점의 경우, 1년 이익이 국내 최대, 최다 서점을 자랑하는 교보문고의 3배에 달할 정도다.
▦대형서점을 슈퍼마켓이나 인터넷 쇼핑몰처럼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없는 책들까지 포함해 최소 30만종의 다양한 책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누구나 장시간, 아무 책이나 찾아서 편안히 읽다가 나와도 되고, 다양한 도서 관련행사도 즐기는 도서관, 문화공간으로 생각한다. 멀티플렉스가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닌 복합 오락공간인 것처럼. 매월 저자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작지만 북카페로 지역민과 거리를 좁힌 부산의 몇몇 서점들을 보면 지역서점, 동네 서점이라고 이런 변신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자면 책도 라면과 다를 게 없다. 하나의 상품이다. 단순히 유통의 개념으로 보면 대형서점 역시 SSM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둘은 조금 다르다. 책은 마음의 식량이니 더 소중하고 귀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라면 다루듯 책을 다루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지식산업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는가. 대형서점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시장논리보다는 문화적 시각, 문화 다양성의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인터넷서점과 달리 그들에게는 아직 '사회적 책임과 봉사의식'이 남아 있다. 그 자부심마저 상하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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