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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통합총리'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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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통합총리' 정운찬

입력
2009.09.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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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품위 있는 개혁을 이뤄나가겠다."김한중 연세대 총장이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한 말이다. 김 총장은 "새 총장의 역할에는 정운찬(서울대)식 선비형과 어윤대(고려대)식 세일즈맨형, 서남표(KAIST)식 개혁형과 김정배(고려대)식 내부 관리형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김 총장이 이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구성원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정운찬+어윤대+서남표+김정배를 한 몸에 섞어 구현하는 일이라는 말과 같다. 한 사람이 그렇게 모든 걸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그들보다 늦게 총장 직을 맡게 된 분이니 당연히 생각도 많았을 것이다.

선비형 리더십의 새로운 도전

9ㆍ3개각에서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직 수락의 배경으로 밝힌 것도 경제 살리기와 함께 사회통합이었다. 그를 기용한 배경에 대한 청와대의 발표에도 글로벌 네트워크와 함께 통합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결국 통합이다. 그는 출신지나 학력 경력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로 고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 총리 내정자는 많은 도전과 반발에 봉착할 것이다. 더욱이 대선 출마의 꿈을 키우다가 접은 경력이 있는 사람이므로 그에 대한 여야 정치판의 눈길에는 당연히 경계와 질시, 의심이 섞여 있다. 민주당은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를 입은 것 같다"고 혹평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부조화, 어색한 조합을 지적했다. 세종시의 축소추진 언급에 대해 자유선진당은 즉각 총리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의 경제관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고, 대운하 건설에 반대했지만 소규모인 4대강 사업에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정 총리 내정자의 특징으로 정의된 선비형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가. 학식과 덕망, 원만하되 대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신,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도덕성이 그 바탕일 것이다. 선비는 修己治人(수기치인ㆍ먼저 자신을 닦고 남을 다스림)하는 사람이므로 수양과 인격적 모범은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이 같은 리더십이 대학사회에서처럼 국정 운영에도 통할 수 있을까. 그가 검증된 것은 서울대 총장으로서 해낸 일들이다. 대내적으로는 정원 축소와 지역균형선발제를 비롯한 개혁이었으며, 대외적으로는 정부에 맞서 대학의 자율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이 점에서 그는 좋은 평판을 얻었고 서울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학발전 기금도 많이 끌어들였다.

정 내정자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대학 총장 잘하면 뭐든 잘한다더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국가 전체의 일을 다루는 것은 대학사회의 일을 다루는 것과 완전히 질적으로 다르며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학사회의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근본적으로 같으며, 그곳의 일에는 상식과 교양의 토대가 있지만 나라 운영은 그와 같지 않다.

어쨌든 모두가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통합이므로 이를 위해 진력해야 한다. 각종 갈등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지향해 달라는 것일 터이니 대화를 통한 공감 확대, 소통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 '뚜렷한 방향감각과 풍부한 상식과 교양, 사고의 유연성을 갖추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꼽았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총리로 취임한다면 스스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국민 신뢰 바탕으로 개혁 추진

그리고 선비의 덕목 중에서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들고 나는 것, 즉 출처(出處)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미 국가에 봉사하는 출사(出仕)의 길에 나서 재상이 되기로 결심했으니 그 과정에 많은 다짐과 고민을 했겠지만, 먼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되 처음부터 끝까지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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