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원료(철광석ㆍ석탄) 하역에서부터 처리까지 친환경 일관제철소의 모범이 될 것이다."
쇳물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의 꿈이 빠르게 영글어가고 있다. 2006년 10월 기공한 지 3년만에 제철소 가동의 '첫 단추'인 원료 도입이 처음으로 이뤄졌고, 제철소 가동도 채 4개월이 남지 않았다.
특히, 이번 일관제철소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밀폐형 시스템'을 통해 원료를 처리함으로써 현대차 그룹의 '녹색 경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재(철판)부터 제품(자동차)까지 '친환경 수직 계열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 그룹은 자동차 회사가 강판까지 만드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 됐다.
현대제철은 2일 충남 당진 공장에서 정 회장을 비롯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발리의 카를로스 마틴즈 사장,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등 국내외 인사 및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관제철소 원료 입하식'행사를 갖고, 밀폐형 원료 처리 시스템의 가동에 들어갔다.
밀폐형 시스템은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로 일관제철소에 도입한 것으로, 부두로 들여온 원료가 쇳물 생산 설비인 고로(용광로)에 투입될 때까지 밀폐 공간에서 이동ㆍ저장ㆍ가공되는 장치다. 기존 제철소는 원료를 야외에 쌓아두거나, 운반함으로써 비바람으로 인한 원료 손실과 환경오염을 초래했다.
이 문제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게 초대형 밀폐형 저장설비다. 돔 형태로 구성된 3개의 원형(圓形) 설비는 실내 야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규모다. 1기(지름 130m, 높이 37m)는 2기와 3기 설비(지름 120m, 높이 60m)에 저장된 철광석 원료를 골고루 섞어 보관한다. 아울러 여러 원료를 같이 보관하는 4기의 선형(線形) 저장고까지 합해 철광석 190만톤, 석탄 80만톤, 부원료 25만톤 등 총 45일분의 제철원료를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총 35㎞에 이르는 밀폐형 벨트컨베이어도 친환경 제철소의 핵심 장치다.
우유철 현대제철 제철사업단장(사장)은 "밀폐형 시설은 친환경은 물론이고, 원료를 좁은 공간에 더 많이 쌓을 수 있는 데다, 날씨와 관계없이 원료를 처리할 수 있고, 원료 관리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친환경 설비 건설에는 비용(4,000억원ㆍ전체 투자비의 7%)이 적지 않게 들어갔다. 하지만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 공장에서 환경설비를 설치하는 사후적인 개념이 아니라, 설계단계부터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 지역과 상생하는 제철소를 건설하자"는 정 회장의 의지가 이같은 시스템 도입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현대제철의 설명이다.
내년 1월 시험 생산에 돌입해 4월 준공식과 함께 상업생산에 돌입하는 1기 제철소(연산 400만톤) 공정율은 현재 97.2%. 사실상 완성 단계다. 2011년 가동되는 2기도 절반(45.8%) 가량 건설됐다. 때문에 정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주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 등을 방문한 정 회장은 이번주에는 31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매일 당진 공장에 들러 친환경 설비 가동 등을 직접 챙겼을 정도다.
정 회장은 "2011년 1월 2기 고로가 완공되면 연산 2,000만톤 생산능력의 세계 10위권 철강사로 도약한다"며 "특히,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한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을 통해 소재, 부품, 자동차로 이어지는 최적의 친환경 일관생산체제를 갖춤으로써 그룹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당진=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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