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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도 물샐 틈 없는 위험 대비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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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도 물샐 틈 없는 위험 대비는 필수

입력
2009.09.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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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종종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을 한다.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나중에 얻게 되는 이익도 많다는 뜻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과학자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시 중요한 것은 유비무환. 모든 상황에 대비해 장비와 시설을 갖추는 노력도 지난하다.

■ 신종플루 연구엔 3등급 안전 시설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항상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칫 미생물이 실험실 밖으로 빠져 나가기라도 하면 자신은 물론, 지역 주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1973년 영국에서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실험실 외부로 유출돼 런던 시민이 사망했다. 74년 덴마크에선 생화학 실험실 종사자의 간염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7배나 높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83년 실험실의 생물안전등급(BSL) 권고 기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미생물은 감염 경로나 치료 가능성, 병원성 정도 등에 따라 4가지 위험그룹으로 나뉜다. 각 그룹마다 실험실이 갖춰야 할 안전 조건도 다르다.

해마다 유행하는 일반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은 BSL2 정도의 등급을 갖추면 된다. 감염돼도 치명적이지 않고 치료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연구하려면 BSL3 이상의 실험실이 필요하다. BSL3 실험실에서는 사람에게 치명적이지만 치료 방법은 있는 병원균을 다룰 수 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는 "국내에 BSL3 이상의 안전 조건을 갖춘 실험실은 질병관리본부 국제백신연구소 등이 갖고 있다"며 "설치비가 20억원 이상 드는 고가의 연구 시설"이라고 말했다.

■ 규모 7 지진에 대비한 연구용 원자로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포항 방사광가속기도 위험이 상존하는 시설이다. 이들의 최대 위험 요인은 지진이다. 지진으로 구조물이 손상되거나 불이라도 나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은 시설은 물론, 진행 중인 많은 연구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종사자와 지역 주민의 생명 역시 보장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로공학부 류정수 책임연구원은 "하나로는 규모 7 이하의 지진에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보다 지진 규모가 약간 커도 치명적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도 비슷한 기준으로 내진 설계가 이뤄졌다.

지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원자로나 방사광가속기를 짓는 이유는 현미경이나 X선으로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 내부에서 핵반응으로 만들어진 중성자나 방사광가속기에서 전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만들어진 강력한 빛(방사광)은 미세 물질 구조 분석, 의료용 영상 장비 개발, 초소형 기기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 어망 찾기에 몰두하는 잠수정

2003년 일본에선 태풍으로 바닷속을 탐험하던 무인잠수정이 급류에 휩쓸려가는 사고가 있었다. 바다에서 기상 변화는 예삿일이다. 심지어 어민들이 쳐 놓은 어망도 잠수정에게는 위험 대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연구용 잠수정이 어망에 걸려 일부가 파손된 적이 있다.

연구용 잠수정은 바다로 나가기 전 초음파를 쏴 지형을 조사하고 고래나 상어 같은 큰 생물의 움직임도 미리 파악한다. 하지만 어망은 이게 쉽지 않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해양시스템연구부장은 "어망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에 초음파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날씨를 읽고 어망 같은 방해꾼을 찾는 작업을 게을리할 수 없다.

임소형 기자

■ 인공위성처럼 고위험 실험엔 보험도 들어

인적, 물적 피해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는 연구도 있다. 대표적 분야가 바로 우주 기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만큼 보험료도 높다.

인공위성을 개발할 때는 보험을 여러 형태로 든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등 개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작업보험을, 위성을 운반하는 동안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운송보험을 든다.

위성을 싣는 발사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대비하는 발사보험도 있는데 보험료가 가장 비싸다.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뒤 수명을 다할 때까지 궤도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6년 7월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2호(KOMPSAT_2·아리랑2호)는 발사 후 1년 이내 문제가 생길 경우까지 대비해 약 1600만달러의 보험료를 냈다.

나로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지만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소멸된 과학기술위성2호(STSAT_2)는 운송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민간에 피해를 입힐 경우 약 20억원이 보상될 예정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강경인 위성연구실장은 "한국 발사체로 처음 발사하는 위성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을 감안해 다른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며 "그 비용으로 추가 발사를 위한 쌍둥이 위성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주인도 보험을 든다. 2007년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이소연 고산씨 역시 보험에 가입했다. 훈련 또는 우주에서의 임무 수행 도중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약 100만달러를 받게 돼 있었다. 또 장비를 파손하거나 다른 나라 우주인을 다치게 하면 약 500만달러의 보험금이 나올 예정이었다.

거대 연구 시설이나 해양 탐사 장비도 연구비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로 낸다.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발된 한국의 무인잠수정 해미래는 1년에 1억원이 넘는 보험료를 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관련 시설에 대해 지난해 약 570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실패 가능성이 높거나 여러 장비를 함께 이용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는 한 보험회사가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과학 분야에서는 여러 보험회사가 그룹을 형성해 사고가 날 경우 보험금을 분담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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