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일본 개조’의 핵심은 자민당과 공생하며 예산편성, 정책 수립을 주도해온 관료 사회를 개혁하는 것이다. 자민당 1당지배 하에서 정경유착에 익숙해진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가피하다. 지난 고이즈미(小泉) 총리시절 밀어붙였던 우정(郵政)민영화도 시행 결과, 우체국 수의 감소로 일본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됐다.
정치주도형 개혁, 개혁기구 신설
민주당은 ‘탈관료’, ‘정치가 주도하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각 부처의 관료들이 작성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백지에서 재검토하고 불요불급한 공공사업이라고 지목된 댐 건설을 중지한 것은 이 같은 ‘정치주도형 개혁’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새로 설치될 기구들이 국가전략국, 행정쇄신회의 등이다. 국가전략국은 예산의 골격을 편성하는 한편 중요 외교 정책을 관료에 맡기지 않고 정치인 주도로 마련하기 위해 총리 직속으로 신설된다. 총리 지명 직후부터 가동해 당분간은 총리보좌관과 관방장관 등 국회의원 7명 정도가 참여하는 ‘국가전략실’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가을 국회에서 정식 법안을 발의해 국가전략국으로 격을 높이고 조직도 30명 규모로 확대한다. 지휘는 당 정무조사회장에 맡겨 관방장관 수준의 각 부처 조정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낭비와 부정을 조사ㆍ개선하는 행정쇄신회의에도 담당 장관을 두는 것은 물론 행정감시에 밝은 국회의원들을 배치할 방침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재검토하기 위해 지자체장을 비상근으로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공약으로 내건 ‘정부내 국회의원 약 100명 배치’도 실현해야 할 핵심사항이다. 이를 위해 부장관, 정무관 등의 정수를 정한 국가행정조직법 개정과 함께 정치인 임용 정원 확대를 위한 국가공무원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각 부처의 정치주도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부장관과 정무관 인사는 장관에게 맡길 방침이다. 지금까지 자민당 정권은 각 파벌의 의향이나 당선 횟수를 고려해 당 집행부가 부장관, 정무관 인선을 조정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해 지도력을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경유착 근절
민주당은 선거공약으로 향후 3년내 기업의 정치헌금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자민당식 정경유착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등 당 간부들에게서는 기업친화적인 발언을 듣기 힘들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은 선거 후 지지세력인 일본 최대 노동연합 ‘렌고(連合)’를 찾아가 사의를 표시했다.
재계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헌금으로 존재를 과시할 기회마저 없어지는 데다 자민당만 바라보며 반세기를 지내다 보니 민주당 인맥을 만들지 못한 점도 불안 요소다. 민주당 정권하에서는 정책 수립과정에서 재계의 의사가 반영될 기회가 자민당 정권 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료와 전쟁
관료 개혁이 쉽지 많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 사례가 1일 발족한 소비자청 인사다. 아소(麻生) 정권은 민주당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옛 건설성을 거쳐 내각부 사무차관을 지낸 우치다 순이치(內田俊一)씨를 장관에 임명했다. 각 부처 행정을 정치인 주도로 바꾸겠다는 민주당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노다 세코(野田聖子) 소비자담당장관은 “능력을 중시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민주당은 자민당 정권이 임명한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달 중순 정권이 출범하면 경질을 검토하겠다는 강경 자세다.
문제는 내각부 외청인 소비자청의 수장은 다른 주요 부처와는 달리 그 신분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보장된다는 점이다. 능력이나 업무수행에 중대한 결함이 없는 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탈관료’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런 장애물들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
우정민영화도 수정
일본우정공사를 지주회사인 일본우정과 산하 우편사업회사, 우편국회사, 우편저축은행, 보험사로 나눈 우정민영화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정 개혁은 정부가 전량 보유한 일본우정의 주식을 3분의 1만 남기고 2017년 9월까지 매각하고, 우편저축은행과 보험사의 경우는 완전 민영화가 목표였다. 민주당은 우선 주식 매각 동결 법안을 가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킬 방침이다.
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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