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때문에 요즘 걱정이 많다. 아이가 두 돌도 안 된 터라 더 그렇다. 다니고 있는 문화센터에서 강의실로 들어올 때 세정제로 손을 닦게 한다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신종플루 감염 위험이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에 불안이 더해진다. 이웃 엄마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가 기침 한 번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단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종플루 방역용 마스크라도 씌워야 하나. 미국산 N95와 유럽산 FFP2 마스크 말이다.
신종플루 마스크 인증시험은 산업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거르는 방진 마스크의 시험과 비슷하다. 크기 0.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의 미세한 염화나트륨 입자를 얼마나 잘 걸러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미국산 마스크는 염화나트륨 입자를 95% 붙잡는다. 유럽산는 염화나트륨뿐 아니라 파라핀 입자까지 94% 잡아낸다.
파라핀 입자는 매끄러운 기름이라 염화나트륨보다 마스크를 통해 잡아 내기가 더 어렵다. 유럽산이 미국산보다 좀 더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친 셈이다. 유럽산을 구입해 아이에게 씌워 봤다. 이건 뭐 쓰나마나다. 성인용이라 영아에겐 너무 크다. 입과 코 주변 틈으로 공기가 다 새어 들어온다.
다행히 반가운 소식이 들리긴 한다. 다음 달이면 국산이 출시된단다. 정부 인증시험을 통과한 국산 마스크에는 KF94란 표시가 붙는다. 인증시험은 염화나트륨과 파라핀 입자를 모두 94% 막아내야 하는 유럽 기준을 따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화장품심사과 이정표 연구관은 "현재 2개 업체의 5개 품목을 검토 중"이라며 "9월 중순 이전 승인이 완료되면 그 직후부터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얼굴에도 딱 맞게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만들면 좋겠다.
그런데 잠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크기는 80~120㎚(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다. 방역용 마스크 인증시험에 쓰이는 입자보다 작지 않은가. 부랴부랴 전문가를 찾았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하나씩 따로 떠다니는 경우는 드물다"며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보통 5㎛ 이상의 침 방울에 섞인 채 전파되기 때문에 방역용 마스크로도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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