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일본의 성인용 영상물 제작업체가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했다는 이유로 국내 네티즌 1만 여명을 고소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서 별로 사건처리가 달랐다. 일부 경찰서는 성인용 영상물이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는가 하면, 다른 경찰서는 보호대상으로 보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법마다 입법목적 달라
이 사건은 외국기업이 국내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하였다는 점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만약 국내 성인용 영상물 제작업자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보호의 주체가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에 있지 않고 보호를 요청한 대상, 즉 성인용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가에 있다.
성인용 영상물을 저작물로 인정하면 음란물을 법이 보호하는 인상을 주게 된다. 반대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으면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을 상대로 이익을 얻은 네티즌들의 행위를 두둔하는 셈이 되어 수사기관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함 셈이다.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성인용 영상물의 제작 유포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수단으로 저작권이 논의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학술적 또는 예술적 가치를 가질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반드시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도 않다. 만약 도덕적인 것만을 저작물로 보호한다면, 무엇이 도덕적인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법에는 저마다 입법 목적이 있다. 예컨대 무허가 영업이라고 해서 그 영업장에서 소란을 피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 허가 영업장과 마찬가지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해서 토지수용 때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해서 무허가 영업이나 무허가 건축물을 국가가 조장하거나 지원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식품위생법이나 건축법 위반으로 다스릴 수 있을지언정, 형법이나 토지보상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다스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인용 영상물을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본다고 해서 국가가 음란물 제작업자를 돕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인용 영상물을 제작하여 유포하는 자는 저작권법이 아닌 다른 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성인용 영상물을 저작물로 보게 되면 이를 불법적으로 다운받아 유통시킨 네티즌들을 저작권
침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최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국가가 범죄의 수익을 몰수, 추징할 수 있는 범죄에 저작권 침해죄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성인용 영상물로 이득을 취한 네티즌들의 수익을 국가가 몰수, 추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범죄수익규제법에서 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범죄에 음란물을 제작ㆍ유포하는 범죄가 들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성인용 영상물이 저작물로 보호되더라도 그로써 생긴 이용료나 합의금, 그리고 손해배상금을 국가가 몰수해 버린다면 이런 영업을 하려는 경제적 유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수익 규제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범죄수익규제법 개정해야
흔히 인터넷 공간을 사이버 상의 놀이터로 비유한다.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수는 줄고 그만큼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의 사람과 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동네 놀이터 모래밭에 있는 유리조각을 걷어내듯 인터넷 공간에 있는 성인용 영상물을 치우는데 필요하다면 범죄수익규제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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