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까에이로(페르난두 뻬쏘아)
그대들이 나를 신비주의자로 여긴다면, 좋아요, 나는 신비주의자.
나는 신비주의자, 하지만 단지 몸만 그러하다오.
내 영혼은 단출하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내 신비주의는 아무 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
무슨 뜻이냐면 그냥 살기, 삶을 생각하지 않기.
자연이 무어냐구요? 난 모른다오, 다만 자연을 노래할 뿐.
난 언덕 위에 살아요.
석회가 낀 외로운 집 안에서,
이게 전부예요, 이게 나예요.
● 이 시를 지은 이의 이름을 페르난두 뻬쏘아(1888~1935)라는 포르투갈 시인은 알베르토 까에이로라고 불렀다. 새 책을 쓸 때마다 뻬쏘아는 새로운 인물을 발명했다. 그는 무역회사의 직원으로 포르투갈의 도시인 리스본에서 평생을 거의 이름없이 살았고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는 책을 썼다. 그가 발명해낸 인물들은 뻬쏘아의 책들 안에서 친교를 맺고 시와 철학과 종교에 대해서 토론을 하며 살아갔다.
이 시는 '양치기'라는 제목이 붙은 시집에서 서른 번째의 시이다. 남들이 신비주의자라고 말해도 괜찮지만 내 영혼은 아주 단출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자연이 무언지는 몰라도 그냥 자연에 대해서 노래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인물을 발명했던 그 복잡한 생각을 했던 한 인간이 말이다.
뻬쏘아가 내면에 지녔던 다양한 인물들. 그는 한 인물로 일생을 살았지만 수많은 인물들과 책 안에서 살아갔다. 한 인물로 우리도 우리의 삶을 살아가지만 혹, 우리 내부에는 수많은 인물이 들어있지 않을까?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나.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나. 혹은 지금 나에게 금지된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수많은 '나'로 이루어진 나. 그 '나'는 지금 이 시 속에서 '석회가 낀 외로운 집'에 오두마니 앉아서 양치기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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