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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도 고속 인터넷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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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도 고속 인터넷 터진다

입력
2009.09.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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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남극입니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 진영근(47)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장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우리 시간 1일 오전 9시30분. 12시간이 늦은 현지는 31일 밤 9시 30분이다. 우리는 늦여름이지만 현지는 6월부터 시작돼 10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의 맹위가 한창이다. "현재 기온이 섭씨 영하 15~20도인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30~40도에 이릅니다."

빙하의 땅 남극에 KT가 설치하는 무선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VoIP)가 내년 1월 개통된다. 남극에 인터넷이 필요한 이유와 개통 의미를 진 대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진 대장은 올해 1월 부임해 내년 1월까지 1년 동안 남극에 머문다.

"남극에서는 한국이 IT강국 아니다"

남극에 우리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현지 연구 활동이 강화된다. 현재 남극은 지역 특성상 유선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인공 위성을 통해 인터넷과 전화를 사용한다. 세종기지의 경우 6년 전부터 칠레의 텔맥스라는 통신 회사에 돈을 주고 인터넷과 전화를 빌려 쓰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속도가 380Kbps에 불과, 너무 느려서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전화비 또한 타국 통신업체를 이용하다 보니 비싼 편.

인터넷은 주로 세종 기지의 연구 결과를 실시간으로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와 미국 지질조사소 세계관측망에 보고할 때 사용한다. 원칙은 실시간이지만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 보니 불통이 될 때가 많고 사진 등 용량이 큰 자료는 아예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남극에서는 한국이 IT코리아가 아닙니다. 약 50개국 기지 가운데 세종 기지의 인터넷 환경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보다 느린 하위권입니다. 중국 기지도 지난해 차이나텔레콤에서 위성 인터넷을 설치, 인터넷 속도가 세종 기지보다 2배 이상 빠릅니다."

세종기지에 설치된 아리랑 인공위성 관측소를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원격 관제할 때도 인터넷을 이용한다. 여기에 진 대장을 포함 17명 대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원격 화상진료 시스템 또한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하지만 서울 고대병원과 연결된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은 인터넷 속도가 느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월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 KT에서 인공 위성을 거치는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면 속도가 2Mbps로 지금보다 3, 4배 이상 빨라진다. 용량이 큰 자료 전송 및 대원 가족들과 인터넷을 통한 화상통화, 원격 화상진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대원들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이를 위해 KT는 12월에 남극을 향해 출항하는 우리 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에 무선 인터넷 기지국 장비를 실어보낼 예정이다. 쇄빙선은 남극에 머물며 무선 인터넷 및 인터넷 전화를 위한 이동 기지국 역할을 한다. KT가 돈벌이도 안되는 남극 인터넷 지원 사업을 하는 이유는 국격에 도움이 된다는 이석채 KT 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남극 인터넷 지원 사업을 결정하면서 "극지에서도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국가 이익 및 IT코리아의 위신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며 관련 부서를 독려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빙벽이 무너져 내린다"

세종기지가 KT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사용하면 대원들의 연구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세종기지는 통상 4가지 연구활동을 한다. 지진 및 지구 온난화 등 지구 물리 연구, 기지 주변 생태계 변화 등 생물 연구, 기상과 오존층 연구 및 100~200㎞ 상공의 고층대기 연구 등이다.

특히 진 대장은 요즘 들어 환경 파괴로 심화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서울대지구물리학 박사인 그는 1992년에 연구 대원으로 처음 남극을 찾은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하루에도 몇 번씩 천둥처럼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잠을 설칠 때가 많습니다. 빙하가 밀려나는 속도도 하루에 200~300m에 이를 만큼 지구 온난화 영향은 심각합니다." 빙벽이 무너지면 그만큼 해수면이 올라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바다가 얼어붙는 보기 드문 현상도 최근 발생했다. 아무리 추워도 남극은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다. 그런데 재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바닷물이 얼어붙어 이상 기온의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남극에 들이닥치는 관광객들을 보면 진 대장은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과 재작년에 관광선이 침몰하는 사고도 발생했고,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쌓여 남극 관광을 규제하자는 국제적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진 대장은 남극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연구 대열에 합류하려면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많이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세종기지 수준?선진국에 비하면 뒤처지는 편입니다. 더불어 남극 연구를 희망하는 열정적인 전문가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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