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프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로니아 간의 뿌리깊은 지역감정으로 국가 분열 위기에 몰렸던 벨기에가 경제난 덕분(?)에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넓고 비옥한 농지를 갖춘 왈로니아 지역은 농축산업을 기반으로 과거 벨기에의 주도권을 잡았다.하지만 이제는 제조업과 지식산업이 발달한 플랑드르가 경제력에서 왈로니아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왈로니아의 고질적으로 높은 실업률 탓에 플랑드르 주민들 사이에는 "게으른 왈로니아 사람들의 실업수당을 우리가 지불할 수는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이 같은 반목 탓에 2007년 6월 총선 이후 9개월 동안이나 내각을 구성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몰아 닥친 경제위기로 왈로니아 지역 실업률이 20%까지 육박하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플랑드르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일년간 플랑드르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인력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왈로니아 사람이 3,500명을 넘어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 인력센터장은 "이 같은 인력교류 확대는 획기적인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교류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왈로니아에서 플랑드르 지역으로 출퇴근 하는 인력은 3만5,000명에 달한다.
플랑드르 지역도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수출감소로 곤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 구인난은 여전한 실정이다. 플랑드르 지방정부 관계자는 "왈로니아 인력이 5만명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 브뤼셀 근교 아우디 공장의 인력담당자는 "경제난 심화로 예전에는 기피했던 제조업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왈로니아 지역 인력의 유입을 환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