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부터 본격 경쟁이 시작된 은행권을 필두로, 올해는 보험ㆍ증권업계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새 시스템 구축 바람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금융권이 전산시스템 선진화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갈수록 금융거래의 대부분이 전산으로 이뤄지는 추세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전산담당자는 "금융산업은 이제 장치산업"이라며 "지주사의 전체 거래 가운데 사람과 기계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가 80%가 넘을 정도로 전산화는 금융사 경쟁력의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시장 변화에도 전산경쟁력은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까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금융사는 국민ㆍ하나은행, 대신증권, 제일저축은행, 현대해상화재 등. 하반기에도 산업ㆍ부산ㆍ경남은행, 동부증권,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등을 비롯한 금융사가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제2금융권의 시스템 구축비용만 최대 2,000억원 규모로 예상할 정도로 사업규모도 크다.
덩달아 전산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차세대 시스템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IBM의 '메인프레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인프레임은 1964년 IBM에서 처음 출시된 기업용 컴퓨팅 시스템으로 현존하는 모든 기업용 컴퓨팅 시스템의 모체. 9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닉스 시스템에 밀려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듯 했으나 뛰어난 안정성과 공간ㆍ에너지절약, 유연성 등을 무기로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IBM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메인프레임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17%에서 3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 와중에도 25%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IBM관계자는 "경쟁 시스템인 유닉스보다 설치 공간을 85%까지 줄일 수 있고 전력사용량도적은 친환경적 특성과 45년간 한번도 해킹된 적이 없을 정도로 검증된 보안성이 다소 높은 초기 설치비용에도 불구, 금융권에서 호응을 얻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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