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수근(32)이 결국 그라운드에서 퇴출됐다.
롯데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주 행패 신고 사건과 관련해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수 차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던 정수근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정수근은 지난 31일 밤 11시45분께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술집에서 웃통을 벗고 고성을 내뱉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이에 신고가 들어갔고 재송지구대에서 긴급 출동, 사태를 확인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했다.
재송지구대 관계자는 "신고접수 내용은 '정수근이 술에 취해서 난리를 피운다'였다"면서 "출동했더니 술집 측에서 '상황이 진정됐으니 돌아가라. 또 문제가 생기면 신고하겠다'고 말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정수근 본인이 "난동을 부린 일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한 데다 경찰과 업주의 진술이 엇갈려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듯 했으나 롯데는 예상보다 빨리 칼을 빼 들었다.
롯데 관계자는 "구단 이미지 실추, 선수단 분위기 저해 등을 우려해 장시간 회의 후 방출을 결정했다"면서 "규약상 방출이 가능한 시점이 아니라 정확히는 퇴출이다. 소속은 롯데지만 '더 이상 우리 선수가 아니다'는 의미다. 시즌 후 곧장 웨이버 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방출 결정을 확인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영구 실격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수근은 영원히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게 됐다. 방출 선수는 다른 팀에 입단할 수 있지만 영구 실격 선수는 더 이상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KBO 관계자는 "KBO 규약상 '제명'이라는 용어가 없다. 그래서 영구 실격 용어를 쓰게 됐다. 제명과 의미가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정수근은 무기한 실격 징계 해제로 1군에 복귀한 뒤 불과 20일 만에 야구선수 신분을 박탈당했다.
정수근의 발목을 잡은 건 결국 과음으로 인한 자제력 상실이었다. 정수근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4차례나 사건사고의 중심에 섰다.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때 음주폭행사건에 휘말려 미국 법정에서 벌금형을 받았고, 이듬해엔 해운대에서 시민을 상대로 야구 배트를 휘둘러 벌금과 함께 무기한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었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엔 만취 상태에서 경비원과 경찰관을 잇따라 폭행, 벌금 700만원에 무기한 실격 징계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1년여 만에 그리운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어렵게 잡은 기회를 19일 만에 스스로 차버렸다.
지난 1995년 OB(현 두산)에 입단한 정수근은 2003년까지 두산에서 활약한 뒤 6년 총액 40억6,000만원의 매머드급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5년 통산 1,544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 24홈런 450타점 474도루를 기록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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