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사, 문화사와의 연관 속에 문학사의 흐름을 짚어내고, 논외로 취급되던 구비문학과 한글문학까지 문학사의 장으로 끌어안음으로써 한국문학사 연구의 텃밭을 풍성하게 일궈낸 조동일(70) 전 서울대 교수. 40여년 간 연구자로서 그가 바친 열정은 <한국문학통사> <한국문학사상서 시론> 등 60여 권의 저서에 아로새겨져 있지만, 연구자로서 입지를 세우기 전 작가를 희망했던 그의 꿈은 오로지 그의 '청춘노트'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국문학사상서> 한국문학통사>
<조동일 창작집> (지식산업사 발행)은 그가 젊은 시절부터 써온 문학작품 16편을 묶은 책이다. '서정-서사-희곡-교술'이라는 그의 독특한 장르론에 입각, 고교 시절부터 썼던 시, 소설, 희곡, 잡문을 한 자리에 모았다. 조동일>
"연구의 기본은 창작이라고 생각해왔다. 학술서적 수십 권보다 창작집 한 권을 낸 일이 더 감개무량하다."
책에는 그가 경북고 문학반 시절에 쓴 시 '전주(電柱)' '한낮' 등을 비롯해 서울대 불문과 재학중이던 1958년 대학신문 현상공모 당선작인 단편소설 '산의 장송곡' 등이 실려있다. 그가 대본과 연출을 맡아 1963년 서울대 농촌계몽운동 동아리 향토개척단이 무대에 올렸던 탈춤극의 대본 '원귀 마당쇠'도 실렸다.
대학사회를 풍자한 '전우치 수난사' '너도 먹고 썩 물러서라' '현키호테 종횡기' 등 3편의 소설에 얽힌 사연도 재미있다. 이 소설들은 그가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초에 쓴 것. "당시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을 때라 권력을 잡은 신군부로부터 강제해직을 당하면 소설가로 '전업'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대 정년퇴직 후 지난 학기까지 5년 동안 계명대 석좌교수로 재직했던 그는 "이제 연구자로서 해야 할 일은 대략 정리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못다한 창작열을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창작열은 문학이 아니라 그림으로 충족시킬 예정. 화가를 지망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고교 시절 문학도로 돌아섰던 꿈을 달랠 생각이다. 요즘 한국적 산수를 소재로 한 서양화를 그리고 있는데, 한국화가인 부인 허정씨와 내년 5월 부부전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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