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적 정권교체에 대해 미 행정부의 논평은 차분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미일의 강력한 동맹관계가 일본 새 정부 아래에서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부 이언 켈리 대변인도 "총선이 민주주의의 강한 전통을 재확인한 것을 축하한다"며 "한반도 문제, 기후변화 문제 등에서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했던 '만년 여당' 자민당의 참패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그래서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라는 일본 총선의 각별한 의미를 감안했을 때 논평은 의례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차기 민주당 정권에 대해 담담한 입장표명에 그친 것은 민주당 정권의 미일관계가 자민당 정권 때와는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배경에 깔고 있다.
대미관계를 사실상 '수직관계'로 받아들였던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대등한 미일관계''아시아를 중시하는'외교정책을 표방한다. 차기 총리가 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최근 미국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주일미군의 지위와 관련된 미일지위협정과 주일미군재편이 새 일본 정부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는 미 행정부의 신경을 가장 건드리는 부분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위협정 개정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고, 주일미군 재편문제에서도'재검토'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기존 합의와 달리 오키나와 밖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해상자위대의 인도양에서의 다국적군 급유지원활동도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토야마 정권이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할 경우 미국의 아시아 안보는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권 인수 후에는 선거 때와 달리 선명한 대미 공약을 상당히 완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미 전문가들은 미일동맹이 갖는 폭발적이고 광범위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일본 새 정부가 단기간에 급속한 변화를 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미일관계에 '중대한' 변화는 없다"고 톤을 낮추고 있다.
미일관계 밑그림은 다음달 유엔총회와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상견례를 갖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만남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민주당의 외교기조가 명확해질 때까지 미일관계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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