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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4년만의 정권교체/ 첫 '非자민 여당'… 내년 참의원 선거가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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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4년만의 정권교체/ 첫 '非자민 여당'… 내년 참의원 선거가 첫 시험대

입력
2009.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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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가는 정권은 부패한다. 정권교체로 양대 정당제도를 실현하자."

정권교체는 일본 민주당 창당 주역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의 꿈이자 합류 멤버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의 정치 목표였다. 민주당은 창당 13년만에 그 목표를 달성했지만 정권교체는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공약 이행과 수권 능력을 주시하는 유권자들의 눈이 매서운 데다 1년 뒤 참의원 선거에서 바로 성적표를 받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민당을 탈당해 신당사키가케에 합류한 하토야마 의원과 사회당 간 나오토 의원이 손잡고 1996년 창당했다. 오자와가 이끄는 제1 야당 신진당에 밀리던 소수 정당 민주당이 약진의 전기를 맞은 것은 98년 신진당 해체다.

이후 생긴 민정당, 신당우애 등과 통합해 그해 4월 새 민주당을 재창당했다. 중의원 93명, 참의원 38명으로 새 출발한 민주당은 3개월 뒤 실시된 참의원 선거와 2000년 총선에서 의석을 늘리며 정권교체의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 국민들이 처음 민주당에게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오자와가 이끄는 자유당이 연립정권을 이탈해 민주당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그해 11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77석을 획득하며 자민당과 차이를 100석에서 60석으로 줄였다.

하지만 고이즈미(小泉) 선풍에 압도된 2005년 우정민영화 선거에서는 다시 70석 가까이를 잃으며 참패했다. 정권교체의 꿈이 잠시 멀어지는 듯했지만 '선거의 귀재'라는 오자와가 대표에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오자와 대표로 치른 2007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제1당으로 약진, 야당들의 전체 의석 과반수 획득을 실현했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을 참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번번이 부결시켜 자민ㆍ공명 연립정권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자민당에 대한 거부감이 승패를 갈랐다. 그 이면에는 국민들의 상처를 다독여가며 자민당 지지기반을 서서히 무너뜨린 민주당 전략이 숨어 있다. 민주당은 우정민영화 이후 지방우체국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주민들, 사회보장예산 삭감에 분노하는 의사들에 손을 내밀었고 농민들에게는 농업보조금을 약속했다.

몇 차례 합당을 거치면서 민주당도 자민당처럼 당내에 파벌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자민당 파벌이 정책 수립과 인사, 의원 양성 등에 직접 간여해 당을 좌우하는데 비해 민주당의 경우, 의견통일도 어렵고 법안 투표에서도 개별 행동하는 느슨한 조직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자와가 이끄는 '일신회(一新會), 하토야마의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모임', 간 나오토의 '국가형태연구회' 등이다. 중도 보수 성향이 다수이지만 간 나오토 그룹 등 사회당, 노조ㆍ시민단체 출신 의원이 모인 그룹은 중도 좌파 색채도 띠고 있다.

정권교체는 달성했지만 민주당이 넘어야 할 고개는 만만치 않다. 당장 예산 편성이 첫 시험대다. 민주당은 공약으로 육아ㆍ교육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농업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이에는 연간 16조8,000억엔의 재원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공공사업을 중단하고 각종 기금과 재정투융자사업에 묶여 있는 돈을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민당 반대와 이해당사자 반발도 만만히 않다. 또 민주당은 308명의 중의원 가운데 100여명을 내각에 포진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에선 외화내빈의 인물난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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