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는 무서운 속도로 수도권 전역에 확산되고, 전세값은 하루가 다르게 기록적인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면, 자칫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도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칫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걱정도 커 보인다. 지금 부동산 시장의 상황 진단, 그리고 정부의 대책 전망을 쟁점 별로 살펴봤다.
-국지적 현상인가, 전면적 현상인가.
당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물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부동산값이 올라봤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도 지금껏 "국지적인 가격 상승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금은 집값 상승세가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 게다가 일부 지역은 완만한 상승세를 넘어 폭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수도권과의 온도 차이는 있지만, 지방도 서서히 오름세를 타기는 마찬가지다. 지방 미분양이 서서히 소진되면서 미약하나마 가격 반등세를 보이는 것이 방증이다. 국지적 현상을 넘어, 본격적 상승 국면 직전이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전셋값은 왜 뛰나
크게 보면 주택공급 부족, 그리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이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저금리도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라도 금리가 낮다 보니 전세 대신 월세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소형주택 공급 부족도 원인이다. 신혼부부나 1~2인 핵가구 등 소형주택 전세 수요는 늘지만, 공급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전세자금 지원과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8ㆍ23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본격적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인 만큼 한동안 전셋값 불안은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세가격이 불안해지면 전세 수요자들이 대거 매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주택 수요가 늘면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ㆍ수도권 거주자 639명을 대상으로 주택거래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향후 6개월 내 주택을 사겠다'는 응답이 절반에 육박(47.4%)했다. 가을 전세대란이 온다면, 이미 서울ㆍ수도권 전반에 확산된 집값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집값 대란 재연될까.
시장 안팎의 상황은 당시와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상승 패턴 자체는 3년전 부동산대란 시절과 상당히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과잉유동성이 깔려 있다는 점, ▦가격 급등세가 강남 재건축 단지 등 투기 수요가 몰리는 지역부터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을 거쳐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으로 차례로 번져나가는 점이 그렇다.
전세대란이 동반된 매매가 급등이라는 점도 당시와 유사하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당시의 집값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이미 부동산대란이 한창이던 때의 전고점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정부 대응은 적절했나.
금리 인하, 재정 지출 확대로 시중 유동성 공급이 대폭 확대된 상황. 누구든 충분히 집값을 비롯한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투기지역에서 풀었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하는 등 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사실상 부동산 가격에 대한 통제장치를 무장 해제한 셈이다.
최근 가격 상승세에 대한 대처도 안일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지역의 국지적인 현상이다" "아직 추가 대책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 등의 대응이 시장의 가격 상승 심리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공급을 원활히 터 줄 대안들이 미리 마련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 것"이라고 뒷북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추가 대책은 언제쯤 나올까
아직 시장 상황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은 모습. 정부 내에는 자칫 무리하게 억눌렀다가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역별로 온도 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자칫 부동산 시장을 다시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판단. 이렇게 될 경우, 경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다. 가을 이사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이를 억제하기 위해 그간의 경기 부양책을 접어야 할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그래서 1, 2주 정도 상황을 더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마지막 주 가격 동향을 본 뒤 관련 부처들과 추가 대책 여부 및 방향에 대해 본격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규제가 이뤄질까.
그간 정부는 '1단계 공급 대책, 2단계 금융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참여정부와 달리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서 세제 대책을 쓰지는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 1단계 공급대책은 대부분 윤곽을 드러낸 상태. 단기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2단계 금융 대책이 임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지역 별로 사정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따라서 지역별로 차등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장 강력한 금융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강남3구의 경우 추가적인 금융규제보다는 자금출처조사와 같은 우회적인 압박이 더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주로 거물들이 현금 투자에 나서는 강남은 금융규제를 더 강화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비금융적인 압박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이 금융규제의 타깃이 될 전망.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은 완만한 집값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추가 규제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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