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시행된 지 두 달이 됐다. 그 동안 여야는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는 식으로 이 문제에 손을 놓다시피 했다. 여당이 구성한 TF팀은 이름뿐이고,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도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묶여 있다. 야당 역시 미디어법 투쟁에 매달리느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뒷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최근에야 전국 1만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 고용동향’조사는 여야 모두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7월 이후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해고 보다 정규직 전환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와 정규직 전환 비율이 7대 3이 될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비정규직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 시행 직후부터 나타난 계약기간 2년이 됐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불법, 탈법으로 기간고용을 이어가는 경우도 3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비정규직법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적잖은 부작용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놓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100만 해고설’로 국민을 협박했다”며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정규직전환 비율보다는 탈법, 불법 고용연장의 부작용에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자기 주장만 고집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제 정부와 여ㆍ야당 모두 더 이상 근거 없는 주장이나‘아전인수’격 해석에 매달리지 말고 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시행 유보만 고집하지 말고 정규직 전환비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야당 역시 현행 법이 ‘절반의 성공’일 뿐인 점을 인정하고, 탈법과 불법으로 인한 비정규직 고용시장의 혼란을 막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오늘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만큼은 비정규직 문제를 풀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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