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기에 왜 왔니?"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가 되려고."
"부모님께서 반대하진 않았니?" "설득했지. 여름엔 공부하고 겨울엔 운동하겠다고."
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휘문중ㆍ고 소운동장.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포부를 가진 중학생 10명과 고교생 1명이 모였다.
휘문중ㆍ고 민인기(47) 이사장은 썰매부(봅슬레이ㆍ스켈레톤ㆍ루지) 선발전에 앞서 인사말을 건넸다. "여러분, 공부하기 싫어서 봅슬레이를 선택해선 안 됩니다. 기존 운동부와 달리 공부하는 운동부를 만들겠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고 겨울에 썰매를 탈 학생, 국가대표가 돼서 조국의 명예를 드높일 학생만 선발하겠습니다." 공부하는 운동부를 만들기 위한 실험인 셈이다.
휘문중ㆍ고 썰매부 선발전은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36ㆍ강원도청) 앞에서 열렸다. 포환 멀리 던지기, 제자리 멀리뛰기, 단거리 달리기(30m, 60m). 세가지 시험을 치른 휘문중 2학년 이준표(14)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더 빨리 뛰려고 안간힘을 썼다. 뙤약볕 아래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눈빛은 반짝거렸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면 열심히 공부할게요."
봅슬레이 등 썰매종목은 경기장을 겨울에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선발전을 통과한 학생들은 여름엔 주로 공부하고, 틈틈이 이론과 체력훈련을 하게 된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소리에 몇몇 학생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대다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국가대표도 되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육성하겠다'는 민 이사장의 계획은 현실성 있는 모험이었다..
이준표 등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로 성장하면 2년 안에 꿈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2011년에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제1회 유스(청소년)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 강광배가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태극마크는 여러분의 것이다"고 말하자 미래의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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