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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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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시한폭탄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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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최대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고통스럽지만 빚을 털어내는 ‘부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반면, 우리 가계부채는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면서도 오히려 ‘나홀로 증가’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금리까지 급등하고 있어, 향후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대인 22조6,000억원이 폭증했다.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3.4%)에도 가계대출은 되려 7.5%나 늘었다. 사상 최저의 저금리 속에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확대와 소비자들의 부채불감증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엔 생활자금 목적의 대출도 한몫 했다. 올 들어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주택구입 목적이 아닌 생계형 대출 비중은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 경기 침체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이 사업자금이나 생계 목적 대출을 늘린 것. 자산에 투자되지 않은 순수한 ‘소비용 빚’은 갚을 여력이 더욱 떨어진다.

가계의 소득과 자산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대출이 급증한 점도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가계의 채무부담을 나타내는 가구당 평균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139.9%에서 올해 1분기 142.3%로 늘었다. 연간 4,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빚은 5,600만원 이상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은 4달 가까이 꿈쩍 않다가 이달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불과 20일만에 0.15%포인트나 올랐다. 월간 상승률로는 근 4년만에 최고 수준. 여기에 경기회복세와 함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상황이다.

다른 나라가 빚을 줄이는 사이 우리는 늘렸다는 점은 국가적인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 등 이번 위기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나라들은 가계 빚도 줄어드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우리의 가계 빚은 오히려 늘어났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자칫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번 위기와 같은 외부충격이 다시 닥쳤을 때 다른 나라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분기와 같은 속도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경우 신용카드 대란 당시만큼 가계 신용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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