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근거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신임받는 '레스토랑 가이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레스토랑 가이드가 채점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맛' 중에서 지난주에는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분위기만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서비스라고 말한다면 많은 이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우리의 소화 능력은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로 가득 찬 마음은 혀의 감각이나 위의 운동력을 방해한다.
산해진미도 불편한 상대와 겸상한다면 달갑지 않다. 몸과 마음은 그렇게 잘 통한다. 레스토랑에서 정말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물론 '좋은 서비스'에 관한 기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은은하면서 배려심이 엿보이는 서비스를 받을 때 기분이 고조된다.
며칠 전 모 냉면집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40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는 맛 집에는 식사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손님이 많았다. 흰 블라우스를 입은 나는 주문한 비빔냉면이 나오자 잠깐 당황했다.
덤벙대는 내 성격상 비빔장이 블라우스에 튈 확률은 75%. '물냉면 먹을 껄' 하고 있는데 레스토랑의 지배인께서 조용히 앞치마를 가져다 주셨다. 내 옆과 앞, 뒤로 불고기나 떡갈비 등 냉면보다 단가가 높은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냉면 한 그릇 먹는 손님에게도 서비스는 똑 같았다. 물론 이렇게 서비스가 좋아도 기본적으로 맛이 잡혀 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지만….
레스토랑은 크게 주방팀과 홀팀으로 나뉜다. 그리고 내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주방이 만들어 내는 맛에 자신이 있는 레스토랑은 홀팀들이 자부심 가득하다. 좋은 서비스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법. 성의 없는 음식을 남에게 권할 때는 홀 서빙 알바생도, 알바생을 코치하는 매니저도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
드물게 주방의 음식이 훌륭한데 서비스가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음식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테이크가 주방에서 나온 지 1분여가 지나도록 서빙 직원이 전화를 받고 있다거나(중요한 예약을 받는 중이라 해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경우 주방의 수장(首長)은 포용력을 더 늘리면 나아질 수 있다.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정성으로 그렇게 만든 요리가 제대로 손님에게 전달돼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든 마음으로 홀 직원들에게 통하게 해야 할 것이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좋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과 같다. 주방과 홀, 분위기와 맛이 충분한 소통을 이룰 때 그 안에 있는 감상객들은 다시 먹고 싶고, 다시 들르고 싶어진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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