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권 교체는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로 집권한 민주당은 내수부양과 중소기업,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와 우리 기업의 일본 내수시장 진출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친환경, 자동차부품 산업 분야 등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내수시장 진출 유리
30일 민주당이 승리한 근본 원인은 자민당의 경제 실정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민당 정권은 엔화 평가절하와 파견근로자 제도 등을 통해 도요타 등 일본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했다. 덕분에 일시 일본 경제가 10년 간의 침체에서 벗어난 듯 보였으나, 오랫동안 유지됐던 평생고용제가 무너지고 30% 이상의 근로자가 저임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되면서 양극화에 따른 사회 불안이 심화하고 내수시장이 무너졌다.
민주당은 자민당의 경제 실정의 근본원인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라고 진단, 본격 내수부양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내수부양을 위해 중학생 이하 어린이 한 명 당 월 2만6,000엔(약 34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할 뿐 아니라 농어민에 대한 소득 보상제 등을 실시하고, 대기업의 파견근로제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일본 내수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다. KOTRA는 30일 공개한 일본 대기업 및 투자가 2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를 통해 "민주당은 서민보호와 사회보장을 위해 전폭적인 예산투입을 계획하고 있어 의료용품, 교육기자재, 실버용품, 육아용품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파견근로제가 폐지될 경우 인력부족 현상으로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대기업이 증가하면 한국 투자 역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IT, 환경, 자동차부품 수출 청신호
KOTRA는 또 지구온난화 대책과 신산업 육성에 중점을 둔 민주당의 집권으로 앞으로 IT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경제협력과 수출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전문가들은 IT와 바이오, 나노테크, 환경관련 상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 자동차 시장 활성화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의 대일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취득세 잠정세율 폐지 등을 공약했는데 이것이 실현된다면 현지 자동차 판매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일FTA 체결 전망은 이견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망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 정권 교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민주당이 한일 FTA 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한일 FTA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KOTRA는 "일본 경제전문가들이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과 경제적 약자 지원을 우선시하는 민주당이 한일 FTA를 성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당이 발표한 공약집의 '외교' 부문에는 "아태지역 국가들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과 투자ㆍ노동이나 지적 재산 등 넓은 분야를 포함한 경제동반자협정(EPA), FTA의 교섭을 적극 추진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최근 미일 FTA에 대한 농민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음식의 안전·안정공급, 식료 자급률 향상, 국내 농업ㆍ농촌의 진흥 등을 해치는 것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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