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의 간판스타 왕기춘(21ㆍ용인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부상 때문에 은메달에 그친 한(恨)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달성으로 풀었다.
제26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 73㎏급 결승이 열린 27일 밤(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왕기춘은 결승에서 북한의 김철수를 빗당겨치기로 유효 하나를 뺏고 상대가 지도 3개를 받은 덕분에 절반 하나를 얻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역사상 한국과 북한이 결승전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한국 유도 최연소(19세) 세계선수권자가 된 왕기춘은 세계선수권 73㎏급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는 전기영(95,97년ㆍ86㎏급)과 조민선(93,95년ㆍ여자 66㎏급)에 이어 왕기춘이 세 번째다. 전기영은 93년엔 78㎏급에서 우승해 체급을 달리해 3회 연속 우승했다.
2007세계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던 왕기춘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쓴 맛을 봤다. 8강에서 갈비뼈 골절상을 입은 탓에 결승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그래선지 금메달이 확정되자 왕기춘은 정훈 감독의 품에 안겨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베이징에서 설움에 북받친 눈물을 흘렸다면 로테르담에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왕기춘은 "올림픽 결승에서 진 뒤 부담이 컸는데 기쁘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왕기춘은 올림픽 이후 이날까지 각종 대회에서 44연승을 달렸다. 이원희가 가진 한국 유도 최다연승기록(48승)에는 4승차로 다가섰다.
왕기춘은 8강까지 네 경기를 모두 한 판승으로 장식했다. 다가서면 허벅다리후리기, 떨어지면 발뒤축걸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이에 준결승과 결승에서 만난 만수르 이사예프(러시아)와 김철수는 왕기춘의 공격을 피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지도를 세 개나 받아 절반을 헌납했다. 북한이 2012런던올림픽 유망주로 손꼽은 김철수는 왕기춘의 벽에 막혀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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