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케네디 미 상원의원의 사망은 다음달 초 의회 개원을 앞둔 정치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이 케네디 의원 사망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가 민주당 당적에 관계없이 의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초당적 지도자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공화당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정자'를 잃어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그의 사망이 사분오열된 민주당을 재결집시키고, 공화당에는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긍정적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 정가는 케네디 사후 미 최대 현안인 건강보험 개혁과 상원 세력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케네디 의원은 생전 건보개혁을 "내 삶의 최대 존재이유"라고 표현할 만큼 강한 집념을 보여왔다. 때문에 케네디 의원의 빈자리가 백악관과 민주당의 대야, 대국민 설득력을 약화시킬지, 아니면 그를 추모하는 국민적 열기에 맞춰 건보개혁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지는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은 "케네디 의원의 사망이 건보개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미들베리 대학의 에릭 데이비스 교수도 "건보개혁의 운명은 케네디의 유훈보다는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더 좌우될 것"이라며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케네디 의원의 열정을 되살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공화당에서도 당파적 대립은 피하자는 목소리가 커져 여야 합의에 의한 개혁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 있는 민주당의 '슈퍼 60석'이 케네디 의원의 사망으로 무너진 것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케네디 의원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는 의원직 공석 때 주지사가 후임자를 지명하는 다른 주와 달리 공석 후 145~160일 사이에 특별선거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하반기 건보개혁안 표결 처리를 계획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케네디 의원이 지난주 사망 직전 주지사가 임시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디발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를 즉각 환영했고 선거법 개정에 난색이던 주 의회도 입장을 완화해 임시 후보자 지명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후임자로는 케네디가(家)에서는 부인이자 정치자문역을 했던 빅토리아 케네디와 형 로버트 케네디의 장남 조지프 케네디 2세 전 하원의원이 거론된다. 이외에 매사추세츠주 첫 여성 검찰총장인 마사 코클리, 스티븐 린치 하원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케네디 의원의 유해는 47년간 상원의원 활동 등의 자격이 인정돼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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