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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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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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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5 T-11 080904. 광고회사 TBWA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47∙사진)씨의 공책 첫 장에 적혀있는 아리송한 기호다. 노트(Note)의 N, TBWA의 T를 따서 광고인으로서 35번째, TBWA에서의 11번째 공책이며, 2008년 9월 4일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현대생활백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등 대중에게 익숙한 광고카피들의 썸네일(업계에서 광고 초안을 이르는 말)은 모두 이 공책에서 나왔다. 그의 수첩에는 광고 아이디어뿐 아니라 카페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곡명과 오케스트라의 이름, 소설가 김훈의 단편소설 '화장' 중 일부, 시인 고은의 시 '순간의 꽃' 전문 등이 연필, 수성펜, 볼펜 등으로 뒤죽박죽 적혀있다. 피카소가 입체파인 이유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메모광인 박씨가 마음에 감동이 일면 곧장 메모하는 것이다.

박씨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ㆍ알마> 라는 책을 냈다. 강창래 전 도서출판 도솔 주간이 그를 인터뷰해 펴낸 책이다."지난해 출간돼 화제를 모은 책 <생각의 탄생> 이 창의성을 이론으로 정의했다면, 이 책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는 박씨의 말처럼 책은 그의 광고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창의적 과정이 필요했는지를 알려준다.

"광고는 흔히 조어 능력과 반짝이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람들과의 소통이가장 중요해요. 소통을 하려면 본인만의 세계관이 필요하고, 그러니 광고와 인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죠." 그는 자신의 광고가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그의 광고카피처럼 가치지향적인 것은 이처럼 모든 발상이 인문학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는 무조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모든 사생활은 모든 공무에 우선한다'는 생각으로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인문학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에 대해 박씨는 인문학이란 말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강의해보면 확실히 인문학적 소양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면서도 "인문학을 맛볼 계기를 못 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은 만화든 영화든 도처에서 흥미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모두 폭탄이에요. 인문학이 뇌관을 건드리면 창의성이 터질 겁니다."

글ㆍ사진 김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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