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6일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추석(10월3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각 100명씩 참석하는 상봉 행사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산상봉을 정례화하고 국군포로ㆍ납북자 등 '특수 이산가족' 문제도 다루자는 남측과 달리 북측은 추석 상봉 행사 협의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향후 협상이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번 회담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적십자회담이다. 2007년 11월 9차 적십자회담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인도주의 현안을 다루는 남북 간 회담이 재개된 것이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탄치는 않은 모습이었다. 회담장인 금강산호텔에서 오후 5시40분 시작된 첫날 전체회의는 35분만에 끝났다. 남북이 각기 할말만 하고 끝낸 것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남측 이산가족 100명의 방북은 9월27~29일, 북측 100명과 만나는 행사는 10월6~8일에 실시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대표는 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3대 원칙으로 ▦이산가족 교류는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 ▦1회성 상봉이 아닌 전면적 생사확인 등 근본적 문제 해결 ▦국군포로ㆍ납북자와 관련한 상호 협력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어 11월 서울 평양 교환 상봉, 내년 설 상봉 행사 등도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중앙위 부위원장은 기조 발언에서 추석 상봉행사 문제만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또 새로 지은 금강산면회소를 단체 상봉 장소로 쓰자는 남측 제안과 달리 종전 상봉 장소(금강산호텔, 온정각휴게소)를 고집했고, 남측 상봉단의 방북 시기를 10월3~5일로 제시했다.
상봉 장소나 날짜 문제는 사소한 차이여서 절충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보다 근본적인 인도주의 현안 해결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남측과 달리 북측이 선을 긋고 나선 점이 걸린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지난해 7월부터 금강산관광까지 중단된 후유증이 회담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서울을 출발한 남측 대표단은 예정시간에 금강산호텔에 도착했지만 남북 간 통신선 연결에 어려움을 겪어 이날 회의는 40분 늦게 시작됐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장기간 직통전화선 및 위성통신선을 사용하지 않아 회담 용도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저녁 북측 주최로 환영만찬을 함께 했고 27일부터 실무대표 접촉 등을 통해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한다.
정상원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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