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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여성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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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여성이 희망이다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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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저출산과 남녀평등문제 담당 오부치 유코 장관을 인터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은 국회의원이라든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그런 점에서는 일본이 한국에서 배울 점이 있다."

정치개혁 상징은 여성

한국에 여성의원이 그렇게 많나 싶어 찾아봤다. 국제의원연맹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여성의원은 41명이다. 전체 의원 299명의 13.7%로, 조사대상 187개국 중 84위였다. 여성의원이 남성보다 많은 르완다를 비롯해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쿠바, 아이슬란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여성의원 비율이 40%를 넘었다.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는 30%대였다. 한국은 결코 여성의원이 많은 나라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부치 장관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2005년 일본 총선에서 당선한 중의원 중 여성의원은 43명으로 전체 480명의 8.9%에 불과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의 여성의원 비율은 세계 103위에 머물고 있다.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20년 전까지 한 자릿수였던 여성의원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우정민영화' 선거와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실현한 이번 총선이다. 우체행정 민영화를 쟁점으로 한 2005년 총선에서 고이즈미(小泉) 당시 총리는 야당은 물론이고 자민당 내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기 위해 우정민영화에 찬성하는 신인을 대거 공천했다. 국민은 자민당을 선택했고, 이 선거에서 무려 83명의 자민당 초선 후보가 탄생했다.

이 '고이즈미의 자식들'의 상징이 가타야마(片山) 사쓰키, 사토(佐藤) 유카리, 후지노 마키코(藤野眞紀子) 같은 여성의원들이다. '우정민영화' 선거에는 147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해 43명이 당선했다. 일본에서 여성 참정권이 실현된 194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자민당은 여성 후보 26명 전원이 당선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여성후보 공천을 중요한 선거 전략으로 삼은 것은 이번에는 민주당이다. '정권교체'가 화두였던 이번 총선의 여성 출마자는 229명이었다. 이중 민주당은 지난 총선의 두 배에 가까운 46명의 여성후보를 공천해 자민당(27명)을 압도했다. 특히 민주당은 여성 후보를 총리와 장관을 지낸 자민당 거물 지역구에 투입해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삼았다.

남성 일색의 일본 정치에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자민당 일당지배에 균열이 간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지표가 줄어들면서 단독으로 정권 유지가 불가능해진 자민당은 선거 때마다 연립 파트너를 찾아야 했고 일본신당, 신생당, 사키가케 등 신당 붐이 일기 시작했다.

신당 붐이 여성의원 증가로

신당은 개혁과 변화의 상징으로 새 얼굴을 모색하면서 자연스레 여성들에게 눈을 돌렸다. 자민당 역시 이에 질세라 여성후보 공천에 신경을 쓰게 됐다. 사회당 도이(土井) 다카코 의원이 일본 최초의 여성 정당대표가 되며 사회당 붐을 일으킨 것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다.

여성의원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는 않지만 개혁의 상징으로 지지 받은 이들의 활약에 따라 일본이 '여성정치인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여성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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