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李 국방 항의서한 파문/ 李국방 서한-재정부 입장 쟁점별 비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李 국방 항의서한 파문/ 李국방 서한-재정부 입장 쟁점별 비교

입력
2009.08.31 00:02
0 0

이번 국방예산 파동은 내년 국방예산의 적절한 증가율을 둘러싼 논란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서한에서 예산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책정한 내년 국방예산 지출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서 정부 지출을 줄이더라도, 국방예산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서한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 그리고 재정부의 입장을 쟁점 별로 살펴봤다.

하나. 지출한도 초과 타당성

국방부가 6월말 재정부에 요청한 내년 예산(일반회계)은 30조8,000억원. 올해 본예산(28조5,000억원)보다 7.9% 증가한 금액이다. 각 부처들이 요청한 예산 요구총액이 올해 본예산보다 4.9%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재정부가 발끈한 것은 지출한도를 2배 이상 초과했다는 점. 재정부는 5월말께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원전략회의 논의를 거쳐 항목별, 부처별 예산 지출한도를 통보를 하는데, 올해 국방부에 제시한 지출한도는 3.8%. 내년 예산 증가율이 올해 본예산보다 3.8%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예산을 요청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통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부처들은 지출한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 관례. 재정부 한 관계자는 "지출한도 통보 이후 중요한 사정 변화가 있는 경우에만 사족을 달아 초과 요청하기는 하지만, 지출한도를 2배 이상 넘겨 요청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둘. 방위력개선비 적정성

이 장관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대목이 경상운영비를 제외한 방위력개선비, 즉 군 전력 증강을 위한 예산이다. 재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증가율 한도는 5.5%. 이 장관은 이 수준의 증가율로는 방위력 개선은커녕 방위력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난으로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면 인건비나 급식비, 주거비 같은 경상운영비를 줄여야지, 미래의 국방력과 연관되는 방위력 개선비를 줄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내년 방위력 개선비 중 98.6%가 이미 계약이 체결된 계속 사업이라는 점.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계약이 체결된 사업의 비용조차 충당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재정부의 견해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비공식 의견임을 전제로 "방위력개선사업의 경우 통상 다년도 계약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년 예산 범위 내에서 다시 계약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다. 계약총액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해마다 예산 사정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셋. 전력유지비 감소

경상운영비 중에서도 이 장관은 전력유지비 감소를 문제 삼는다. 전력유지비가 줄어들면, 각종 무기를 수리하기 위한 부속품이나 장비 유지비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것들로 인해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불상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 장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당히 과장됐다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 한 인사는 "수리 부속품의 경우 당장 그 해에 쓸 것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용할 것을 매년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두 해 예산이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지장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넷. 참여정부와의 비교

이 장관은 "국방비 증가율은 정부의 안보관을 반영하는 상징적 지표"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참여정부 때도 평균 8.9% 증가를 했는데, 현 정부에서 증가율이 이보다 크게 낮다면 정부가 국방을 등한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 살림을 다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예산만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은 다소 무리하다는 게 재정부 입장.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은 경제 논리 외에 정치 논리도 가미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의 전반적인 지출이 높았을 때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