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창연한 도시 울름. 그곳 야스트람 서점의 주인은 마흔 남짓한 마른 체구의 사내였다. 낭독회 행사를 위해 붉은색 나비넥타이를 멋스럽게 매고 있었다. 서점은 옛날 소년잡지를 사러 용돈을 받으면 뛰어가던 학교 옆 서점만했다. 대형 서점만 남은 우리 도시에서는 더 이상 찾기 힘든 소박한 서점이었다. 한곳에서 몇 대가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을 자식이 물려받게 된다.
야스트람 서점의 주인도 부모의 뒤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문니 사이가 살짝 벌어졌는데 그가 어떤 독일어를 발음할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났다. 그는 즐거워보였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서점 한쪽 벽에는 서점의 전 주인이자 지금 주인의 어머니인 한 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모가 일으킨 사업을 고스란히 떠맡는 경영권 승계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업을 잇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서점을 물려받으라고 한다면 손사래를 칠 자식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부모들이 절대 자신의 일을 물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 대란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이리저리 떠도는 삶. 집이 있거나 없거나 아직 많은 이들의 삶이 집 위주로 움직인다. 사는 곳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가업을 잇는 일이란 여전히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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