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위대한 유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위대한 유산

입력
2009.08.31 00:59
0 0

고색창연한 도시 울름. 그곳 야스트람 서점의 주인은 마흔 남짓한 마른 체구의 사내였다. 낭독회 행사를 위해 붉은색 나비넥타이를 멋스럽게 매고 있었다. 서점은 옛날 소년잡지를 사러 용돈을 받으면 뛰어가던 학교 옆 서점만했다. 대형 서점만 남은 우리 도시에서는 더 이상 찾기 힘든 소박한 서점이었다. 한곳에서 몇 대가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을 자식이 물려받게 된다.

야스트람 서점의 주인도 부모의 뒤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문니 사이가 살짝 벌어졌는데 그가 어떤 독일어를 발음할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났다. 그는 즐거워보였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서점 한쪽 벽에는 서점의 전 주인이자 지금 주인의 어머니인 한 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모가 일으킨 사업을 고스란히 떠맡는 경영권 승계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업을 잇는 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서점을 물려받으라고 한다면 손사래를 칠 자식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부모들이 절대 자신의 일을 물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 대란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이리저리 떠도는 삶. 집이 있거나 없거나 아직 많은 이들의 삶이 집 위주로 움직인다. 사는 곳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가업을 잇는 일이란 여전히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