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문고 앞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 미수사건은 28일 용의자의 자수로 막을 내렸지만 뒷맛은 개운찮다. 현장 목격자에다 범인 흔적이 남아있는 수송차량,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등 수많은 단서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이 매달렸던 수사는 45일을 끌며 허우적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초동 수사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사건 당일 핵심 증거물품인 수송차량은 폭우가 쏟아지는 경찰서 마당에 방치됐다가 동대문 기동본부로 옮겨졌다. 차량 외부에 남아 있었을 수도 있는 지문 등 증거물의 훼손 없이 감식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실제로 경찰은 차량 운전대에서만 범인 지문 5점을 확보했으나 이마저 흐릿한 수준이어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에 근무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DNA 채취에도 나섰다. 당사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지만, 민감한 생물학적 정보가 담긴 DNA 수사를 무작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정적 키는 결국 차량용 블랙박스에 담긴 CCTV 화면이었지만, 경찰이 이를 분석하는 데 한달 보름씩이나 걸린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경찰 관계자는 “양이 많았고 화면이 흐릿해 오래 걸렸다”고 했지만, 핵심 자료인 블랙박스 분석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공개수배 여부를 두고서도 혼선을 빚었다. 경찰은 24일 용의자의 CCTV 화면을 확보했으나 27일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허겁지겁 공개수배로 방향을 돌렸다. 공개 수배가 수사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하지만, 범인을 직접 잡으려는 ‘공명심’ 때문에 공개 수배를 늦췄던 것은 아닌가.
박민식 사회부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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