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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10년 뒤 우리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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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10년 뒤 우리 막걸리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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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카치 위스키는 한해 4억6,000만병, 39억 달러 어치가 200여 개국에 수출된다. 한해 보리 생산량 614만 톤 중 175만 톤이 위스키 제조에 쓰인다. 위스키는 주요 수출 상품일 뿐 아니라 위스키를 만드는 현장은 관광 상품이다. 연간 123만 명이 스카치 위스키 투어로 영국을 다녀간다. 프랑스 와인은 얼마나 팔릴까. 연간 450만㎘를 생산해 약 3분의 1인 153만㎘를 수출한다. 20억병, 93억 달러 규모이다. 포도밭과 와인을 만드는 사토(Chateau) 역시 체험관광지로 유명하다.

문화상품이 된 전통 술

영국과 프랑스의 술 산업에 비하면 우리의 전통주 산업은 아직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술 시장은 대부분 소주와 맥주, 위스키가 차지했다. 탁주와 약주 등 전통주는 3.6%에 불과하다. 고급 위스키와 와인 세트를 명절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게 일상적이다. 이는 술 무역적자로 이어진다. 더욱이 우리 소주와 맥주 등의 주원료는 90% 이상이 수입산이다. 일본의 사케와 독일 맥주, 프랑스 와인은 100% 자국산 쌀과 보리와 포도를 쓴다.

조선시대에는 360여 종이 넘는 우리 술이 있었다고 한다. 계절과 집안, 고장에 따라 다양한 술을 빚어 제사와 잔치에 올렸다. 우리 음식과 궁합도 잘 맞았다. 이런 우리 술의 전통은 일제 치하에서 핍박을 받았다. 일제는 세수 확보를 위해 주세령을 시행해 가정에서 담그는 가양주(家釀酒)를 금지하고, 술의 종류도 탁주 소주 약주로 단순화했다.

다행히 최근 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와인이 프랑스 요리와 함께 문화적 코드가 됐듯 우리 술을 한식과 함께 즐기는 문화상품으로 보는 인식이 늘어났다. 또 막걸리 열풍과 같은 웰빙 욕구 증가로 우리 쌀과 농산물로 만든 술을 많이 찾는다. 이에 맞춰

정부도 침체된 우리 술을 한식과 더불어 세계적 명품으로 키우기 위한 우리 술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우리 술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전통주를 복원, 한식과 함께 세계화할 계획이다.

술 산업이 발전하면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업과 지역이 동반 성장한다. 쌀 10㎏의 부가가치는 쌀 자체로 팔면 2만원이지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밥으로 가공하면 10만원, 증류주로 만들면 21만원 수준으로 올라간다. 또 유명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 체험관광지가 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를 우리 술이 세계적 술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우리 술이 가업(家業)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산업이 되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목표이다. 10년 후 어느 날 아침 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식과 함께 세계화 목표

"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에 '술 바(Sool Bar)'가 대유행이다. 한 집 건너마다 들어선 술 바는 한국에서 수입한 막걸리에서부터 복분자주 이강주 문배주 등 다양한 한국 술을 선보인다. 그리고 파전 빈대떡 불고기 떡볶이와 같은 안주가 나온다. 술 바가 유행하는 것은 먹거리부터 건강을 염려하는 일본인들의 음주 트렌드 덕분이다. 지금 일본인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한류를 안주 삼아 문화를 마신다. 일본에서는 최근 10여년 동안 막걸리가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꾸준히 인기몰이를 해왔다. 이제 한국식 주점 술 바는 일본의 밤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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