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가 30일 탈당을 선택한 핵심 이유는 이회창 총재와의 갈등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총리직 수용여부를 둘러싼 견해차가 결정적이다. 심 대표의 탈당은 충청권 정치지형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총재와 심 대표는 2008년 1월 선진당 창당 이후 지속적으로 총리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심 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구체적으로 세 번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조각(組閣) 때와 지난해 6월, 이번 개각 때다.
지난해 6월 쇠고기 정국 당시 심 대표는 "구원투수를 할 용의가 있다"고 의지를 보였으나 이 총재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이 총재는 정책연대 선결 조건 등을 강조하며 심대평 총리론을 강력 반대했다.
심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총리직을 받으려 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강한 뜻이 있었던 심 대표로선 이 총재의 반대를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심 대표가 이날 이 총재를 겨냥, "아집과 독선적인 당 운영을 한다" "사당화하고 있다"는 등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런 배경이다.
특히 선진당 내부에서 총리직을 둘러싼 '정치공작' 얘기가 나온 것이 심 대표의 마음을 크게 건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가 이날 "총리직을 미끼로 활용한다며, 저를 정치적 술수와 모략의 중심이라고 매도하는 편협한 사고가 난무했다"며 "정치공작 얘기는 과대망상증"이라고까지 토로했다.
평소 이 총재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한 원인이다. 선진당 한 의원은 "심 대표는 주요 정책 결정에 자신이 배제됐다고 생각한 듯 하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이를 "1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심 대표의 탈당은 앞으로 충청권 판도 변화의 시초가 될 수 있다. 당장 선진당으로선 손해가 크다. 지난해 총선에서 선진당이 대전·충남권을 석권한 것은 이 총재와 심 대표의 연합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 한 축인 심 대표의 탈당은 선진당의 위상에 손상을 줄 수 밖에 없다. 선진당이 창조한국당과 공동 구성한 교섭단체가 사라지는 것도 원내에서의 선진당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다.
나아가 충청권 맹주 자리를 놓고도 다툼이 생길 소지가 많다.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심 대표가 신당 창당이라도 한다면 선진당과 심 대표가 사활을 건 쟁투를 벌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충청권 분열을 불러오고 한나라당 등과의 관계설정 등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정치지형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추가 탈당 가능성도 주목해봐야 한다. 물론 심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추가 탈당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추이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판도 변화에 따라 동조 탈당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선진당과 이 총재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런 시련의 시기를 맞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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