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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2년 커플이 400일 커플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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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2년 커플이 400일 커플보다 강했다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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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어대회를 통해 우리 사이가 만천하에 공개돼 오히려 속 시원해요."

국내 프로바둑계에 몇 안 되는 '실제 커플'인 최철한(25) 윤지희(21·2단)가 '국내 최강 바둑 페어' 자리에 올랐다.

26일 오후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비씨카드배 페어바둑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철한 윤지희 페어가 윤준상 고주연 페어를 불계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정식으로 사귄 지 2년 가까이 된다"는 이들은 선수 개인의 실력 못지않게 파트너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페어대회에서 실제 커플답게 환상적 승부 호흡으로 시종 우세를 유지하다 결국 상대팀 대마를 잡고 승리를 거뒀다.

윤지희는 대국 전 임전 소감에서 "바둑 실력이야 서로 비슷하겠지만 호흡을 맞추는 데는 교제 기간이 더 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는데 역시 그 말대로 된 셈이다. 우승 상금 1,500만원.

최철한은 한때 이창호에 이어 랭킹 2위까지 올랐으나 한동안 슬럼프를 겪다가 4월 응씨배 우승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1년 서울시장배 여성최강부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윤지희는 2004년에 입단, 여류국수전과 지지옥션배 본선에서 활약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열린 첫 혼성페어바둑선수권전이다. 한국에서는 페어바둑이 그리 많이 두어지지 않고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개인전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일본페어바둑협회는 한국에서도 페어대회가 열렸다는 게 너무 기뻤는지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따로 트로피를 제작해 우승 준우승팀에게 전달했다.

혼성페어바둑은 2010년에 열리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녀 단체전과 더불어 바둑 부문 정식 종목 채택이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혼성페어바둑 종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녀가 한 팀을 구성하되 반드시 프로기사가 한 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기본 규칙만 지키면 프로 아마 구별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이번 대회에는 모두 55개 페어가 출전했는데 이 가운데는 부부팀과 연인팀, 사제팀, 도장 선·후배팀 등 '특별한 사이'의 페어가 다수 포함돼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철한 윤지희, 윤준상 고주연 등 실제로 교제 중인 프로기사 커플이 연전연승을 거두며 나란히 결승까지 올라 더욱 바둑가에 화제거리가 됐다. 교제 기간은 최철한 윤지희가 2년이 조금 못 됐고 윤준상 고주연은 400일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교제 사실을 공개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듯 결승전에 나란히 커플티를 맞춰 입고 출전해 동료 기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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