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기 킬러'로 불리며 한반도 상공을 지켜온 F-4D 팬텀 전투기가 29일로 도입 40주년을 맞는다. 도입 당시 최신예 기종으로 주변국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 전투기는 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공군에서만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공군력이 남한의 2배 이상에 달했던 1960년대 공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F-4D 전투기를 원했다. 북한은 당시 미그-21 전투기 등을 보유해 막강 공군력을 자랑했다.
당시 군은 이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기습사건과 미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입을 요청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집중됐고, 결국 도입이 성사됐다.
공군은 69년 7월10일 F-4D 운용을 위해 대구 11전투비행단 산하에 151전투비행대대를 창설했으며 그 해 8월29일 6,400만달러를 들여 6대를 최초로 인수했다. 모두 70여대의 F-4D 전투기가 도입됐는데, 이 중 5대는 75년 국민들이 모든 방위 성금으로 구입한 이른바 '방위성금헌납기'다.
당시 F-4D 팬텀 전투기는 미 공군에서도 막 실전 배치가 이뤄지고 있던 최신예 기종이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공군이 최초로 도입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간 F-4D 전투기는 98년 동해에 출현한 러시아 정찰기(IL-20)를 요격하는 등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151대대는 창설 이후 40년 간 이 전투기만을 운용해 왔다. 한 대대에서 동일 기종을 40년이 넘게 운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자랑할 만한 일만은 아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만 풍족하다면 벌써 최신예 전투기로 교체돼 은퇴했어야 하는 '노익장'들이기 때문이다.
F-4D의 '장수'가 처음부터 예정됐던 건 아니다. 사실 첫 생산 당시 F-4D의 설계수명은 4,000시간(비행시간 기준)이었다. 공군은 80년대에 F-4D의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진행해 이 수명을 8,000시간으로 연장했다. 미 공군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2003년 공군은 다시 F-4D의 경제수명을 9,600시간으로 판단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
현재 F-4D의 평균 비행시간은 9,100시간이어서 수명을 채우는 내년이나 2011년께 완전 도태될 전망이다.
F-4D가 40년 간 한반도 상공을 누빈 바탕에는 공군의 뛰어난 정비역량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85년 이후 23년 10개월 동안 누적 비행시간으로는 8만6,000시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성과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11전투비행단장인 박재복 준장은 "F-4D가 명예롭게 퇴역하는 그날까지 무사고 신화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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