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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꾀 많은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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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꾀 많은 당나귀'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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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글ㆍ김란희 그림/애플트리태일즈 발행ㆍ44쪽ㆍ1만1,000원

<꾀 많은 당나귀> 는 외국 그림책의 홍수 속에 돋보이는 우리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전래동화를 동화작가 이상교씨가 감칠맛 나는 의태어와 구수한 표현으로 다시 쓰고, 동양화를 전공한 김란희씨가 석판화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전래동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호랑이가 이번에도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한다. 호랑이와 곶감, 토끼의 재판, 해님달님처럼 호랑이가 나오는 다른 전래동화만큼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효자 아들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피투성이가 된 불쌍한 호랑이를 나무 대신 지게에 지고 온다. 호랑이는 아들의 치료 덕분에 건강해지지만, 금방 은혜를 잊고 아침을 깨우는 수탉과 집을 지키는 개를 잡아먹는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안방을 차지하고 어머니와 아들을 헛간으로 몰아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당나귀는 묘안을 내 호랑이를 곤경에 빠뜨리고, 주인을 구한다. 여기서 발휘되는 당나귀의 지혜는 어른들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알록달록하다 못해 정신없는 수많은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이 돋보인다. 석판화를 활용, 화려하지 않은 색감과 다눈한 선이 눈을 편안하게 한다. 사실적이진 않지만 귀엽게 묘사된 동물들의 표정도 재미를 더한다.

권말에는 영문판이 함께 실려 있고, 효와 도자기 등 우리 민족 문화의 키워드들도 소개돼 있어 교육적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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