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는 외부 세계와 가장 먼저 접촉하는 기관이다.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차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의 '울트라 스킨(Ultra Skin)'전은 다층적인 피부의 의미를 현대미술로 풀어낸다.
7개국 작가 18명이 내놓은 회화, 영상, 사진 등 30여점의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피부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스웨덴 작가 안네 올로포슨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피부의 속성에 주목했다. 그의 사진 속에서 긴 금발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의 얼굴 위를 감싸고 있는 것은 검버섯과 주름이 가득한 노파의 손이다. 그 극적인 대비는 아름다움과 추함, 생과 사를 생각하게 한다.
조소희씨의 'Foot'은 하얀 실로 인간의 하반신을 떠서 검은 공간에 설치한 작품이다. 섬세한 재료로 짜여진 인체의 껍질은 축 늘어진 채 연약함과 소멸을 보여준다.
정체성 문제도 작가들의 관심사다. 중국작가 니 하이펑은 과거 동인도회사가 중국에서 수입한 도자기의 문양과 무역선의 항해일지를 피부 위에 그린 뒤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 작가 니콜 트랑 바 방은 아라비아 양탄자 위에 앉은 아랍계 여인이 자기 몸에 양탄자 무늬를 바느질해 새겨넣는 모습을 찍었다. 아름다움과 잔혹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이 사진은 아랍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이야기한다.
소통의 도구로서의 피부를 말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영국 작가 마커스 톰린슨의 영상은 온 몸에 초콜릿을 바른 남녀가 뒤엉킨 모습을 통해 피부 접촉을 통한 심리적 접촉을 보여준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02)547-917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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