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집 '순천집'은 당연히 순천에 있다. 슴슴하게 무친 나물과 감자, 호박을 숭숭 썰어넣고 끓인 된장찌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G시에 갔다가 평생 요식업에 종사한 분의 차를 얻어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1박2일 일정 중 하루만 동행하는 바람에 첫째날 일행이 들러 식사했다는 순천집의 밥을 못 먹은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날 점심 쓸쓸한 풍경 속에 앉아 먹었던 민물매운탕 맛도 그만이었다.
옆에 앉은 그분은 맛이 있네, 없네 한 마디 말도 없이 뚝딱 밥을 먹고 일어섰는데 몇 시간 뒤 돌아가는 차 안에서야 마지못한 듯 민물매운탕 맛을 평가했다. "괜찮더군." 그 말끝에 그분이 다시 순천집 이야기를 꺼냈다. 그만한 음식맛을 그 가격에 내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점심 때마다 길거리에 선 채 뭘 먹을까 고민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면 그냥 한 끼 때운다는 식으로 밥을 먹은 적도 많았다.
그런 날은 금방 허기가 졌다. "그럼 홍대에 분점을 내도 좋지 않을까요?" 그분의 생각은 확고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순간 그 맛이 없어진다, 그 맛을 비슷하게 내려면 양념은 물론 물까지도 죄다 날라야 한다, 서울의 비싼 가게세와 물가 거기다 재료 운반비까지 그 가격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순천집은 순천에 있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귤이 탱자가 되는 이치를.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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