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7월1일~8월27일ㆍ누적 순매수 1조4,650억원), 현대차(2,921억원) 등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미국계 자금 대부분이 원칙적으로 한국 투자가 금지된 펀드에서 편법으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이후 하루 평균 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외국계 증권사로 유입돼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는데, 의뢰자 대부분이 7월 이전에는 거래가 없던 창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를 사들인 자금은 개발도상국 증시에만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펀드'였으나, 최근 매수세력은 정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번에 대규모로 주문을 내고 장기보유 성향인 점으로 미뤄 업계에서는 '미국 내국용' 펀드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안에서 제조업 부문 우량주를 찾기 어려워지자,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한국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이지만 미국 국경밖에 있는 만큼, 이들 펀드의 행태는 투자 약관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ㆍ편법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 투자에 나선 만큼, 설정한 목표 수익률 수준도 높고 투자 행태도 매우 공격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내국용 펀드'까지 가세한 탓일까. 6월까지 2위였던 미국계 자금이 7월에는 한국 증시의 최대 외국계 자금 공급원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한달 간 미국계 자금은 증시에서 1조6,807억원을 순매수(7월까지 누적ㆍ3조2,283억원)해, 조세회피 지역인 룩셈부르크계 자금(7월 5,847억원ㆍ누적 2조4,026억원)을 압도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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