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 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ㆍ62)가 '고분고분한 귀공자'의 이미지를 벗고 비틀거리는 세계2위 경제대국 일본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토야마 가문은 일본의 케네디가로 불리울 만큼 100년이 넘는 정치 명문가로 할아버지는 1955년 자민당을 창당한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 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 전 외상이다. 자민당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60)이 동생이며 증조부도 귀족원(지금의 참의원) 의원을 지냈다. 외할아버지는 세계적인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의 창업자 이시바시 쇼지로로 아소 다로 총리에 비해 뒤질 것 없는 막강한 정치적 배경과 재력을 갖추고 있다.
조부가 창당한 자민당의 장기 집권을 54년 만에 무너뜨리며 일본 정치사의 혁명을 가지고 온 하토야마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자민당에 꼭 맞는 정치인이다. 하토야마는 도쿄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박사 과정을 취득하고 센슈(専修) 대학교에서 경영학 조교수로 재직했다. 39세의 나이로 1986년 자민당 공천으로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출마, 중의원에 당선된 하토야마는 비교적 늦게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5년 총선까지 7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집안의 전통에 따라 자민당에 몸담았던 하토야마는 1993년 자민당 분열 때 탈당해 신당 사키가케에 합류했다. 이후 1998년 개편된 민주당 결성에 참여해 간사장으로 활동하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민주당 대표로 당을 이끌었다. 당시 형과 결별하고 자민당에 남은 동생 구니오는 "형과 손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나는 흰 비둘기, 형은 검은 비둘기"라고 비판했다. 선을 그었다.
하토야마는 정치이념에서 조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좌우명 '우애'도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의 중심 정치사상이다. 전통적 세습정치인이자 억만장자인 하토야마는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벗고 서민적 눈높이를 강조해 인기를 얻고 있다. 겸손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일본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하토야마는 자녀수당 지급을 중심으로 한 서민 복지공약을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인 정치 이념은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정치계에서 대표적인 친한파로 분류되는 하토야마는 "한ㆍ일 간 갈등을 고려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