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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Q84' 환상·불안·광기·사랑…5년만에 돌아온 하루키, 하루키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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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Q84' 환상·불안·광기·사랑…5년만에 돌아온 하루키, 하루키적인

입력
2009.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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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양윤옥 옮김/문학동네 발행·656쪽·1만4,800원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해도."(408쪽)

무라카미 하루키(60)의 새 장편소설 <1Q84>에는 '하루키적'인 모든 것들이 녹아 들어있다. 현실과 환상의 교차, 곳곳에 스며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감, 도회적인 감각과 모던한 문체,'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가'를 묻게 하는 철학적 탐색, 인간의 영혼을 착취하는 사교집단의 광기,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긴박한 범죄 묘사….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소설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소설의 무대는 1984년의 일본 도쿄. 주인공은 어린시절 가족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고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스물아홉 살의 두 남녀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자 주인공 덴고는 일주일에 사흘은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에 장편소설을 쓰는 소설가 지망의 수학강사. 연인인 열 살 연상의 유부녀와 일주일에 한 번씩 밀회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여자 주인공 아오마메의 공식적 직업은 고급 스포츠클럽의 마사지 트레이너. 매력적인 외모와 달리 여성을 학대하는 남자들을 '아이스픽'이라는 특수침으로 '조용히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리는'청부 살인업자다. 그녀는 클럽에서 중년 남성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것으로 살인 후의 긴장을 푼다.

24개 장으로 나뉘어진 소설은 장조와 단조가 반복되는 수학적 아름다움을 갖춘 바하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형식을 차용, 두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루키가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에서 썼던 이야기 방식이기도 하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녀가 운명적인 해후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적인 긴장감이 일품이다.

유년시절 부모와의 불화를 겪었다는 공통점 이외에 두 사람을 엮어주는 문학적 장치가 하루키의 세대적 뿌리인 1960~7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전공투'와 맞닿아 있는 점도 흥미롭다. 덴고는 출판사로부터 여신도들에게 성폭행을 일삼는 지도자들이 지배하는'선구'라는 신흥종교집단의 내부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리라이팅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아오마메 역시 우연한 기회에 '선구'에서 탈출한 소녀를 돕게 된다. 소설에서'선구'의 모태가 되는 집단은 전공투 투쟁에서 살아남은 일본의 좌파 지식인들이 조직한 코뮌이다.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 하루키의 장편 <상실의 시대> 의 모티프가 됐듯, <1Q84>에서는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등이 곳곳에 정교하게 배치돼 이번에도 하루키 소설의 숲을 풍성하게 가꾼다.

소설 제목 '1Q84'는 여주인공 아모마메가 자신이 발 디딘 1984년의 현실이 문득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와 미묘한 차이가 난다고 각성하고 그 세계를 의문 가득한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에서 'Question'으로 명명한 데서 나왔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옴 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한신 대지진 등을 잇따라 겪은 일본인들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경험했으며 자신의 소설은 그런 질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1권이 번역됐고 2권은 9월초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하루키가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이 장편소설은 일본에서 출간 첫날인 5월 29일 하루에만 68만부가 팔려나갔고, 이후 7월말까지 223만부 이상이 판매되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 번역판은 10억원대의 기록적인 선인세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와 함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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