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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산청 루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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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산청 루어낚시

입력
2009.08.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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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무렵, 온통 금빛으로 바랜 경호강의 물결 위로 은사(銀絲)가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춤을 추며 난다. 바지런히 릴을 감던 기자의 손 끝에 '툭툭'치는 느낌이 낚싯줄을 타고 온다. 입질이다. 릴이 원을 그리길 십여 차례, 푸드득거리며 질기게 버티던 15cm급 꺽지가 드디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 이 맛에 루어낚시를 하는구나.'

흔히 낚시를 두고 '세월을 낚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루어낚시는 예외다. 포인트 한 곳을 고집하지 않고 수시로 강을 오르내리며 미끼를 던지는 루어낚시는 스포츠에 가깝다. 잔잔한 수면에 찌를 드리운 대낚시가 정적(情的)이라면, 루어낚시는 동적(動的)이다.

기자는 수년 전부터 루어낚시를 동경해 왔다. 하지만 장비가 복잡하고, 명칭은 왜 또 그리 어려운지. 대형 할인마트 낚시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이내 포기하기 일쑤였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루어낚시를 검색해 봐도 초보꾼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히곤 했다. 독학이 어려우면 '어깨너머 수업'이라도 해야 할 터. 낚시용품 제조업체 은성의 이성룡 차장을 무작정 따라 나섰다. 이 차장은 루어낚시 16년 경력의 베테랑이란다.

21일 이 차장을 만난 곳은 경남 산청군 경호강. 중앙고속도로 산청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 50m 가량을 올라간 경호교 다리 위에서였다. 이 곳부터 하류 쪽으로 곳곳이 꺽지 포인트라는 게 이 차장의 설명이다. 꺽지는 지천이고, 운 좋으면 한 뼘을 넘는 쏘가리도 낚아 올릴 수 있다고도 했다.

'뼘치급 꺽지를 열 마리는 올리리라'하는 기대가 앞섰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릴 낚시대를 잡아 보는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론 수업. 릴에 낚싯줄 감는 법부터 배워 봤다. 먼저 릴과 낚싯대를 연결하는 부분을 왼손으로 잡고 베일(릴 손잡이를 돌리면 회전하면서 줄을 감는 반원형의 고리)을 앞쪽으로 젖힌다. 스풀에 낚싯줄을 묶고 베일을 원위치시킨 후 열심히 릴 손잡이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단 스풀의 최대량에서 2mm 정도 못 미치게 감는다. 너무 적게 감으면 줄이 잘 풀리지 않고, 너무 많으면 줄이 스풀에 감긴 채 풀려서 엉키기 쉽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릴 손잡이를 돌리면 베일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스풀에 줄을 감는데 실타래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풀려져 나오도록 해야 한다. 만약 실타래에서 시계 방향으로 풀리면서 반대 방향으로 감기면 낚싯줄이 꼬여 낚시를 하는 내내 낚싯줄을 풀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이제 미끼를 정할 차례. 루어(가짜 미끼)라는 이름에 걸맞게 번쩍이거나, 붉고 노란 원색 실을 감는 것 등 화려한 놈 일색이다. 강에서 사용하는 루어는 크게 스푼 스피너 지그헤드 등 세 가지인데 스푼은 말 그대로 숟가락을 닮았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스푼 아래 바늘이 달렸다. 스피너는 바늘 위로 연결된 고리에 타원형의 금빛 조각을 달아 놓은 것인데 이게 물 속에서 회전하면서 물고기를 유혹한다. 지그헤드는 납봉에 낚싯바늘이 달린 것으로 보통 벌레 형태의 웜을 미끼처럼 끼워서 쓴다. 오늘 공략할 어종은 꺽지인 만큼 스피너를 골랐다. 공격성이 강한 꺽지에게 물 속에서 반짝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스피너만큼 효과적인 미끼는 없단다.

낚싯줄 끝에 훈장마냥 번쩍거리는 스피너도 달았겠다. 이제 거칠 것이 없다. 무서운 초보의 기세로 경호강에 진출. 낚싯대를 든 오른 팔을 쭉 뻗어 머리 뒤까지 젖혔다가 앞으로 휙 뻗었다. 그러나 루어는 하늘로 솟구칠 뿐, 겨우 3~4m를 날다가 강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 차장의 혀를 차는 소리, 주위에서 낚시를 하던 몇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디 숨을 곳도 없고, 얼굴만 화끈거렸다.

잠시 후 다가온 이 차장, 아예 손을 잡고 가르친다. 먼저 낚싯대 잡는 법부터 배웠다. 오른 손바닥을 편 뒤, 낚싯대와 릴을 연결하는 부위를 (엄지 손가락부터)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고, 손가락을 오므려 낚싯대를 부드럽게 잡는다. 두 번째 손가락(검지) 끝 마디 절반쯤에 낚싯줄을 걸고, 베일을 앞쪽으로 젖힌다. 오른 손 겨드랑이는 옆구리에 붙인 채 팔뚝을 앞으로 뻗는다.

팔뚝을 위로 60도 가량 올리면서 속으로 '하나', 원래 자리로 내리면서 '둘', 이렇게 반복하다가 세 번째, 팔을 내리면서 낚싯줄을 걸치고 있던 검지를 곧게 펴면 줄이 풀리면서 미끼가 날아간다. 미끼가 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면 즉시 베일을 원위치시키고 1초에 2, 3번 속도로 릴 손잡이를 감아 주면 된다.

두세 번 만에 '휘익'소리를 내며 루어가 20여m를 날아가자 이 차장, "처음 배우는 것 맞아요, 너무 잘 하시네"하면서 칭찬을 연발한다. 어깨가 으쓱해진 기자, 한껏 뽐내며 미끼를 던지다가 물 이끼에 미끄러져 속옷까지 보기 좋게 젖었다. 여기서 또 팁 하나. 강에 발을 담그고 루어낚시를 할 것이라면 미끄러짐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 착용은 필수. 일반 운동화를 신은 기자는 이때뿐?아니라 이후로도 여러 차례 엉덩방아를 찧었다. 두께 1cm정도 되는 수세미를 바닥에 덧댄 이 차장의 장화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루어 던지기 연습만 수십 차례. 아직 낚을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입질이 왔다. 릴을 감다 보면 루어가 바닥에 끌리면서 '드드득'하는 진동이 손에 오는 게 보통인데 이건 차원이 달랐다. 뭔가 '턱'하고 걸리는 느낌. '어어'하는 순간 낚싯대가 90도로 휘었다. 릴을 감지 못할 정도로 저항하는 힘이 크지는 않았지만 퍼덕거리는 느낌은 물고기가 바늘에 제대로 걸렸음을 직감케 했다.

갈색 몸체에 검은색 가로무늬가 가늘게 7, 8개 있는 게 잘 생긴 꺽지다. 크기는 손바닥보다 약간 큼직했다. 낚시인들의 매너 캐치 앤 릴리즈(catch & release)를 발휘해 조심스럽게 바늘을 빼서 바로 놓아 줬다. 더 큰 놈을 잡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해질 녘까지 강을 헤맸지만 10cm급 대여섯 마리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에는 좀 더 능숙한 모습으로 20cm급에 도전하리라.

산청=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금강휴게소 포인트' 초보자에게 좋아

경남 산청군 경호강이 손꼽히는 꺽지와 쏘가리 포인트라고 하지만 한 곳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 루어낚시 고수인 이성룡 은성 차장의 도움으로 전국에 산재한 포인트 중 세 곳을 선정했다.

금강은 루어낚시 마니아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이름난 곳이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 발원해 충남ㆍ북을 거쳐 군산만으로 이어진다. 400km에 달하는 강줄기 중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충북 옥천) 뒤편이 포인트다.

금강휴게소 포인트는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은 게 장점이다. 휴게소에 주차한 뒤 100여m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휴게소를 기점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류로 내려가면서 루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

고수들이 특히 손꼽는 포인트는 휴게소에서 상류로 올라가다가 첫 번째 만나는 교각 아래. 쏘가리와 끄리가 많이 낚인다. 이 차장은 "찾아가기 쉽고 강 바닥에 큰 돌이 많아 지천이 포인트"라며 "초보자들도 연습 삼아 가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다.

홍천강 팔봉산유원지는 가족과 같이 루어낚시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수심이 깊지 않은 데다 강 유역에 그늘막 텐트 등을 설치하고 쉴 곳이 많기 때문. 쏘가리와 꺽지가 주로 낚이지만 마릿수나 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원 홍천 서면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오션월드 왼쪽 길을 따라 6km 정도 더 들어가면 팔봉산유원지가 나온다. 팔봉산유원지에서 하류로 밤벌유원지까지 2km 정도가 포인트다.

섬진강은 전남 구례군을 중심으로 한 포인트가 유명하다. 구례읍 사거리에서 간전 방향 길로 접어들어 문척교를 지난다. 월전 삼거리에서 간전 쪽으로 좌회전한 후 2.5km 정도 가면 문턱면. 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 해 3km 더 가면 좌측에 큰 바위들이 널려 있는 화정리소가 나온다. 쏘가리 꺽지 끄리 등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으나 물살이 다소 빠르고 수심이 일정치 않아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해당 지역도 도착하면 포인트 선정에 앞서 그 지역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어디에서 잘 낚이는지, 루어는 지그헤드 스푼 스피너 등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 포인트 인근 낚시점에서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이 차장은 귀띔했다. 낚시점을 기웃거리며 발 품 좀 팔면 그날의 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청=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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