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저 러츠 지음·김이선 옮김/김영사 발행·478쪽·1만2,000원
큰딸이 만나는 남자친구들을 뒷조사해 그들의 신상자료를 데이터베스화하는 경찰 출신의 아버지, 신원조사 전문가인 큰딸, 가족이면 가족 행인이면 행인 등 닥치는 대로 미행해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작은딸. 의심많고 엉뚱한 스펠만가(家)의 이야기인 데뷔작 <네 가족을 믿지 말라> (2007)로 일약 인기작가로 떠오른 미국의 여성작가 리저 러츠(39∙사진). <네 남자를 믿지 말라> (2008)는 데뷔작의 성과를 이어가는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 네> 네>
주인공은 사립탐정인 큰딸 이사벨라 스펠만. 평온하던 그녀의 일상은 옆집으로 금발에 푸른 눈, 큰 키의 존 브라운이라는 남자가 이사오면서 출렁이기 시작한다. 막 열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사벨라는 훈남 존 브라운을 열한번째 남자친구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가족까지 동원해 그의 신원 파악에 나선다. 드디어 이사벨라는 그의 초대를 받지만 그가 끝끝내 공개하지 않는 문 닫힌 방은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혼자 사는 남자가 왜 방문을 닫아두는 것일까? 사다리를 타고 비밀의 방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쓰레기봉지를 훔치기도 하지만 그의 정확한 정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마침 마을에서 2명의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사벨라는 이제 그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연정 대신 정의감에 불타 그를 뒤쫓는 이사벨라.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체포영장이다. 브라운이 녹화카메라를 통해 이사벨라의 침입 장면을 촬영해두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살아 움직이는 개성적인 등장인물, 중년의 위기를 '중몸'(중년의 몸부림)이라는 식으로 조어하는 젊은 언어감각,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등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가벼운 터치의 소설이지만, 존 브라운의 정체가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 부분은 '인간에 대한 선입관이란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등단작에서'가족의 존재의미'라는 중량감 있는 주제의식을 날렵하고 경쾌하게 전달했던 작가의 솜씨가 조금 더 세련되고 능숙해졌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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