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의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하킴(사진)이 26일 이란 테헤란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향년 60세. 그의 사망으로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이라크 정국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킴은 수니파 중심인 사담 후세인 정권에 저항해 1980년 이란으로 망명했다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함께 귀국했다. 이후 그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권의 킹메이커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고 2005년 총선에서는 시아파 중심의 연정을 통해 압승을 이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그는 이번 정권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지만 막후의 실력자였다"라고 보도했다.
외세의 도움을 배제한 이라크 자주권 획득을 주장했던 덕에 이라크 주민들은 종파에 관계 없이 그의 사망에 애도를 보내고 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이라크 국민들에게 큰 손실"이라고 언급했으며, 미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그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시아파의 분열도 예견되고 있다. 하킴은 자신의 아들인 암마르 알 하킴을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시아파 내부에서 경험부족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 공백을 틈타 시아파 내 2인자인 근본주의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각 세력간 합종연횡을 주도한 하킴 지지파들은 하킴이 숨지기 나흘전 인 24일 다와당을 이끄는 말리키 현 총리를 배제하고 사드르와 연정을 구성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시아파 내 권력 분쟁으로 말리키 총리가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수니파가 다시 세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