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컬렉션이 내홍에 휩쓸리고 있다. 10월 16일 개막을 앞두고 참가 디자이너 선정을 둘러싼 분란이 벌써 한 달 째 진화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분란은 국내 최고 연혁을 자랑하는 패션디자이너 그룹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ㆍ)에서 서울컬렉션 참가 신청서를 낸 15명의 디자이너 중 5명이 탈락하면서 촉발됐다. 신인 2명을 제외한 3명은 각자 수차례에 걸친 컬렉션 참가 경험을 지닌 중견 디자이너들로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SFAA는 "대승적 차원에서 SFAA컬렉션을 접고 서울컬렉션에 참가키로 했는데 이미 검증을 거친 정회원들을 탈락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대한 양보해서 12명까지는 참가해야 한다"고 서울컬렉션조직위원회에 통보해 놓은 상태다.
디자이너 선정을 주관한 서울컬렉션조직위의 입장은 다르다. "그룹이 아닌 개별적으로 참가하는 게 원칙이고 심사결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참가 여부를 확정한 것인데 그룹이 나서서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식으로 전부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모순되지만 각자 타당성이 있다. 국내에 처음 컬렉션 문화를 이식했고 디자이너브랜드 시대를 연 SFAA의 공헌은 멤버들의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여전히 대접받을 만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해외 컬렉션에서도 역사를 자랑하는 디자이너브랜드는 이미 트렌드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해도 참가가 당연시된다(물론 해외 컬렉션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않고 자비로 이뤄진다).
반면 서울컬렉션조직위의 원칙 고수 입장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올 가을부터 서울시 위촉을 받아 서울컬렉션을 운영하는 조직위로서는 선정 결과를 번복할 경우 한국패션디자이너협의회(KFDA), 뉴웨이브인서울(NWS) 등 타 디자이너그룹은 물론, 개별 디자이너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한 상황이다.
공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경우 향후 컬렉션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신청자 70여명 중 46명만 선정됐으니 타 그룹이나 개별 디자이너 중에도 탈락한 사람들은 많다.
서울컬렉션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실시된 선정 작업이 컬렉션 한 달여를 앞두고 갈 길 바쁜 조직위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SFAA 내부에서는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원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조직위는 선정 디자이너 40여명 중 3분의 1을 다시 채워야 한다.
물론 해결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SFAA컬렉션과 서울컬렉션의 통합 노력은 서울컬렉션이 전국을 커버하는 대한민국 대표 컬렉션으로 자리잡기 바라는 서울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명실상부한 첫 통합 컬렉션을 위해 다소의 경제적 희생이 따르더라도 컬렉션 참가 패션쇼 수를 늘리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무리 없이 쇼를 늘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억원이라고 한다. 어차피 한 번 흘릴 피, 정면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추가 지원을 통해 모양을 갖출 것인가, 서울시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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