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측 조문단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일부에서 나왔으나 청와대측은 24일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정상회담 제안은 일정 거론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조문단이 22일 정동영ㆍ정세현 전 통일장관 등과 조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지도자의 결심 단행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 같은 언급도 정상회담을 직접 염두에 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지금은 남북 정상 간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공식적 정상회담 제의는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과 조문단 면담에 배석했던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당시 접견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 논의가 있었을 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면담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은데다 큰 틀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화가 이어지느라 정상회담 같은 민감한 의제에 대해선 이야기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 조문단을 만났던 한 인사는 "조문단이 '지도자의 결심'을 거론한 것은 이 대통령이 6ㆍ15 선언 및 10ㆍ4 선언 준수 결단을 하기 바란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조문단은 청와대 면담 자리에서 남북 고위당국자간 협상과 정상간 대화 등 다양한 채널의 접촉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거론했을 수 있다. 또 조문단이 청와대 면담 자리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상회담 방안을 거론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측이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더라도 현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덥석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측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통한 개방에 나설 때 대북 지원 규모를 높여간다는 전략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이 같은 실용주의 관점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핵 등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벤트식의 정상회담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핵 문제에서는 자세 전환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당장은 이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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