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해외 도피성 재산에 대한 정밀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능화되고 국제화되는 탈세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국세청 내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회성 기획 조사가 아닌, 전방위 조사를 통해 국제거래를 빙자한 탈세를 일삼던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세청이 해외 은닉 재산에 대해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국외의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혐의가 드러난 개인과 법인에 대해 조사를 하고 세금을 추징을 해 온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국내에서 세무조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 해외 자산으로 확대한 경우였다. 해외은닉 자산에 대한 조사가 '몸통'이 아니라 국내 탈세혐의에 대한 '곁가지' 성격이 짙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추진하는 해외 도피성 자산에 대한 정밀 조사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국세청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차단'을 세정의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활동 참여 ▲조세피난처와의 정보교환협정 체결 ▲금융감독원 및 민간 상업용 자료를 포함한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등 해외 은닉 자산 조사를 위한 구체적이면서도 세밀한 플랜까지 짜놓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해외투자를 가장한 행위에 대해 분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개인뿐 아니라 투자 행위를 빙자해 고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한 기업에 대해서도 집중 모니터링 하겠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해 말 해외 은닉 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유럽지역의 조세회피처로 빼돌려진 자금에 대해 비공개 조사를 하며 '예비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개인이나 기업 고객의 탈세를 위해 조세 피난처와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이를 악용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지'만큼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탈세혐의에 대한 국제 공조가 얼마나 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과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경우에 따라서 세금을 두 나라에서 내는 것을 금지한 '이중과세 금지'위반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는데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고객정보 보호를 내세워 정보공개를 꺼릴 경우 조사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세계 주요국들이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공유는 아직 답보 상태"라며 "특히 무차별적 조사는 해외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를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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