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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남남북녀의 화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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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남남북녀의 화촉

입력
2009.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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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다가 136일만인 13일 풀려난 유성진씨가 정부 조사를 마치고 26일 고향인 경남 고성을 찾아 부모님을 만났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북한 여성을 사귀어왔는데, 그에게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탈북을 권유하다가 억류되기에 이르렀다.

마흔넷 노총각이 사랑에 빠진 사람을 고향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야 자연스런 일이니 북녀를 사랑한 남남의 처지가 딱할 따름이다. 유씨 말고도 개성공단의 또다른 남한 남성이 2005년에도 북한 여성 근로자와 사귀다가 1주일간 조사를 받고 추방된 일이 있었다고 통일부는 26일 밝혔다.

개성공단이 2003년부터 터를 파고 2004년부터는 남한기업이 들어가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6년 동안 남북의 선남선녀들이 자연스레 만날 기회는 수없이 많았다. 그들 사이에 로맨스가 없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할 일이다. 유씨는 이전에 리비아에 근무할 때도 북한의 간호사를 사귄 적이 있다니 남한과 북한 사람이 마주치는 세계 곳곳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남한과 북한에는 사랑에도 국경이 있다. 물론 이 국경선을 사수하자는 쪽은 북한이다.

북한 신부를 데려오면 안되나

그런데 이번에 유성진씨 억류를 풀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 이후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질 조짐을 보인다. 특히 북한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했으니 이를 기화로 남남북녀(남녀북남)의 혼인을 가능케 하는 씨앗이라도 심어보면 어떨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에 왔던 북한의 조문사절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간 후 북한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회담까지 재개했다.

남북적십자 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제외하고는 납북 어선 연안호 사건조차 언급하지 않겠다고 남측 대표단이 북한으로 떠나기 전에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연안호 사건은 당연히 언급해야 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남남북녀를 혼인시키면 어떠냐고 넌지시 떠보면 더 좋겠다.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새로운 생각 자체가 그 사회를 변화시키는 첫번째 파도가 될 수 있다.

북한을 위해서는 물론 남한이 북한을 떠맡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통일은 해답이 아니다. 북한이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고, 자유스런 국가로 변모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김대중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에서 개성공단이 시작됐다면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중국으로 팔려가는 북한신부들

한국의 농촌 총각들이 제 3세계에서 신부를 구해오듯이 중국의 농촌 총각들은 북한에서 신부를 구해온다. 제3세계에서 온 젊은 신부를 믿지 못해 때리고 가두는 사건이 가끔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듯이 중국에서도 북한 신부를 데려와서는 가두다시피 사는 오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호적을 통해 거주지를 제한하는데, 북한 신부를 데려온 중국인들이 북한 신부가 도망갈까봐 여행도 못하게 호적을 아예 안 만들어서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북한 여성도 꽤 된다고 한다. 북한에 정부다운 정부가 있다면 북한 여성의 참상을 바로잡기 위한 외교적인 공세에 나섰겠지만 북한 정부가 중국 정부에 기를 못 펴고 이런 일들도 비공식 경로로 이뤄져서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는다고 북한 관련 엔지오활동가들은 고발한다.

만일 북한과 남한이 혼인의 물꼬를 튼다면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오랜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혼인보다는 문화적 격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공산주의를 따르는 구 동구권과의 혼인도 통제했던 북한인만큼 이걸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남한으로 신부를 보내는 것이니까 북한 사회 내부를 흔드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1년에 딱 한쌍만 화촉을 올려도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

서화숙 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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